“기술은 융합! 서비스는 통합! 금융은 혁신!”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와 경제·금융당국 수장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3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0년 범(汎)금융 신년 인사회. 이날 참석자 1500여명이 함께 외친 건배사는 과거와 전혀 다른 기술, 전혀 다른 수익모델을 찾아야 하는 국내 금융산업의 절박한 화두를 그대로 담았다.
금융계 CEO들은 새해에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들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디지털’과 ‘글로벌’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기존과 다른 변화와 혁신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10년은 또다른 대전환기”
이날 행사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등 정·관계 인사와 금융사 임직원 등 1500여 명이 참석했다. 범금융 신년 인사회에 이어 제29회 다산금융상(한국경제신문사·금융위원회 공동 주최) 시상식이 함께 열렸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올해 경제회복과 도약의 모멘텀을 반드시 살려나갈 것”이라며 “금융이 ‘경제의 혈맥’으로서 자금이 보다 생산적인 곳에 흘러가도록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홍 부총리는 “금융과 기술이 융합하고, 금융과 다른 산업 간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며 “세계 은행 3분의 1이 소멸될 것이라는 컨설팅사의 보고서를 우려스럽지만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금융의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해야 한다”며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총재는 “지난 10년은 세계화의 쇠퇴, 보호무역의 강화, 초저금리와 양적완화 등 그야말로 격동의 시대였다”며 “다가올 10년은 인구구조와 기술·산업구조의 대전환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변화가 금융산업의 미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은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책체계를 점검하고, 금융산업의 혁신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금융당국 “감시자 아닌 동반자 되겠다”
은 위원장은 “금융인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고용 창출과 소부장(소재·부품·장비산업) 육성에 애써줬다”며 박수를 보냈다. 은 위원장은 “금융위는 여러분을 감시하는 파수꾼이 아니라 함께 뛰는 동반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에게 “데이터 3법을 통과가 간절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민 위원장은 “우리 기업인과 금융인은 한국을 세계에서 미래가 가장 빨리 오는 나라로 만들고 싶다는 열망을 갖고 있다”며 “정치가 여기에 장애물이 돼선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데이터 3법을 비롯한 금융혁신 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반성문’으로 해석됐다.
윤 원장은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 사건 등을 겨냥해 “금융상품에 대한 소비자 보호 부재로 피해가 이어지면서 금융에 대한 신뢰 훼손이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해 우리 금융권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개방·혁신 강조한 CEO들
이날 제29회 다산금융상 대상을 받은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직원들이 열심히 해 준 덕분에 영광스러운 상을 타게 됐다”고 신한 임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조 회장은 “올해 경영환경은 마치 회색 코뿔소(눈에 보이지만 피하기 힘든 위기)가 달려오는 것처럼 사방에 불확실한 리스크가 깔려있다”며 “직원들과 함께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새해 키워드는 글로벌로 정했다”며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는 데 온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김지완 BNK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경영 화두는 개방과 협력”이라며 “다양한 측면에서 외부 제휴를 시도하면서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은 “올해는 사업의 중심을 은행에서 증권으로 옮기겠다”고 했고, 이문환 비씨카드 사장은 “디지털플랫폼 회사로 변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후 첫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윤종원 기업은행장도 취재진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윤 행장은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며 “노조와의 갈등은 합리적으로 논의해 풀겠다”고 말했다.
정소람/김대훈/정지은/송영찬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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