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상생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협력사 경쟁력이 강화돼야 그룹도 발전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상생이 기업의 주요 ‘생존 전략’으로 떠오르면서 전 산업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지원 방법도 협력사 경영 자금 지원부터 경영 노하우 전수, 기술 이전, 복지 지원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협력사 사업 자금 지원 나선 기업들
기업들은 협력사의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금 결제 비중을 높이고 다양한 금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5년부터 국내 최초로 협력사 거래 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1조원 규모의 상생펀드도 운영하고 있다. 자금이 필요한 협력사에 기술개발, 설비투자, 운전자금 등으로 업체별 최대 90억원까지 저리로 대출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2011년부터는 2차 협력사까지로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지난해 1·2차 협력사 413곳에 8227억원을 지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초 5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을 새로 출연해 1290여 개 2·3차 부품협력사에 지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협력사의 근로자 임금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회사 한 곳당 평균 4000만원 정도가 지원됐다. 1000억원 규모의 저금리 대출 프로그램인 ‘상생 펀드’도 신규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2만∼3만 개 부품으로 구성되는 자동차는 부품 경쟁력이 곧 완성차의 경쟁력”이라며 “완성차와 협력사 상생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토대”라고 말했다.
협력사 생산성 ‘쑥쑥’
기업들은 협력사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협력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SK그룹은 2006년부터 협력사와 업계 현안을 논의하는 ‘동반성장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는 교육 대상이 1차 협력사로 한정됐는데 작년에 2·3차 협력사로 확대했다. 협력사 경영진을 대상으로 2007년부터 운영 중인 ‘동반성장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도 있다. 현재까지 세미나에 참가한 협력사 경영자는 7000여 명에 달한다.
협력사의 복지를 지원해 경영 여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는 회사도 있다. 협력사에 자녀 학자금을 지원해 주고 있는 SK텔레콤이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은 내년까지 기존의 50개 1차 협력사에서 150여 개 1·2차 협력사로 지원 폭을 넓히기로 했다. 자기 계발비도 1·2차 협력사 2300여 명에게 확대 지급한다.
LG전자는 2011년부터 ‘LG전자 동반성장 아카데미’ 강의를 운영하고 협력사 인적 자원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협력사들은 사출성형, 채권관리, 채용면접기법 등 경영과 관련한 90여 개 과목을 학습한다. 아울러 LG전자는 협력사들이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외 진출과 원재료 확보 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협력사가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건물, 토지, 설비투자 등 운영자금 지원과 법률자문도 제공하고 있다.
협력사들이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례도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3년부터 5년간 304억원(현대차그룹 291억원, 산업통상자원부 13억원)을 지원해 총 1450개 중소기업이 공정을 혁신하거나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하는 것을 돕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정부 산하 기관인 스마트 공장 추진단과 함께 향후 5년간 매년 20억원 규모로 ‘스마트 공장 구축 지원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협력사 직원 직접 고용 바람
협력업체 직원을 직접 고용하는 추세도 확산하고 있다. LG전자는 내년 6월까지 전국 130여 개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협력사 직원 3900여 명을 직접 고용할 방침이다. 별도 자회사를 만들지 않고 본사가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도 “단일 기업 힘만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선도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기업 경쟁력은 협력사들이 얼마나 잘 어울리면서 탄탄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LG전자에 앞서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도 협력업체 직원 8700여 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한다고 발표했다. 재계 관계자는 “양질의 일자리에 ‘올인’하는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취지로도 보인다”며 “삼성과 LG전자가 직접 고용으로 화답하면서 상생경영 문화가 다른 대기업들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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