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럼은 저자의 개인 견해로 로이터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울, 4월23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FX스왑 시장의 구조적 쏠림이 장기화하고 있다. 시장참가자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의 FX스왑 포인트에 적응해 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분기 말이 지나도 스왑 포인트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면서 리스크는 더 쌓이고 있다. 현재 가격 레벨을 '베이스'로 향후 달러 조달이 몰리는 상황을 맞아야 할 경우 파장은 이전보다 한층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왑 시장의 구조적 수급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지난달 말 열렸던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도 한 금통위원은 "국내 외환스왑 시장의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이 더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요한 것은 처방이다.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한은이 FX스왑 시장의 항시적인 '비더'로 재등장하는 것은 단기적 안정책은 되겠지만 결코 궁극적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은 달러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기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스왑 시장이 자금 순환 경로로 온전히 작동할 수 있느냐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화살, '보험사 롤오버 물량 분산 또는 축소'
해법을 문제의 근원에서 도출해보자.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의 접근이다.
현재 스왑 시장 수급 왜곡의 주범은 '환 헤지 미스매칭 투자'다. 보험사들은 지난 2013년부터 1년 이상 단기 테너에서의 에셋스왑을 늘려왔는데, 2013년 6월 금융감독원의 규제 완화가 이같은 변화의 물꼬를 텄다. 당시 금감원은 RBC 금리 리스크를 산출할 때 해외채권 투자 만기와 환 헤지가 매칭된 경우에만 금리 리스크 감소를 인정하던 규정을 바꿔 1년 이상으로만 환 위험을 헤지하면 잔존기간 전체에 대해 금리 리스크 감소를 인정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6월부터는 국내 보험사가 해외자산에 투자할 때 환 헤지를 하지 않아도 자산 듀레이션을 모두 인정해주기로 했다.
당국이 이처럼 규제를 푼 것은 보험사의 환 헤지를 줄여보자는 목적이었다. 그런데 보험사들이 시가평가 부담을 감수하고 환을 오픈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당국은 환 헤지를 하지 않으면 시장 위험액 8%를 요구자본으로 부과하는 규정은 그대로 유지했다. 보험사들이 환 헤지는 하되 '최대한 짧게' 하게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만약 보험사가 당국의 의도대로 환 헤지를 줄이거나 에셋스왑을 장기 테너에서 진행한다면 롤오버 리스크는 그만큼 분산될 수 있다.
환 헤지를 하지 않을 경우 시장 위험액 8%를 요구자본으로 부과하는 규정이 사라진다면 보험사들이 적어도 환 헤지를 줄이는 쪽으로 고민은 해볼 수 있을 것이다. 환 헤지 비율을 줄이려는 당국의 의도가 통하려면 당근이 필요해 보이긴 한다.
보험사의 환 헤지 분산을 위해 환 헤지 미스매칭 투자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규제 되돌림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단기 테러로 환 헤지하는 비용이 워낙 커지고 있는 만큼 보험사들이 자발적으로 에셋스왑을 장기화하는 변화는 가능하다.
▲국내은-외은 간 스왑 라인 문제도 큰 장애물
하지만 에셋스왑이 분산된다 해도 한 가지 큰 장애물이 남아있다. 바로 국내은행과 외국계 은행 간 라인 문제다.
국내은행과 외국계 은행 간 거래 단절로 스왑가격이 왜곡됐다는 평가가 나온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외파생상품시장에서 국내은행들이 달러 담보 사용에 난색을 보이며 시작됐다.
국내은행들은 달러 유동성 문제가 부각되는 시점에 달러 담보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원화 담보를 적격담보물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외국계 은행들은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롱웨이 리스크(Wrong Way Risk, 거래상대방 위험과 담보 가치 절하라는 두 가지 리스크에 동시에 직면) 때문에 원화 담보는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달러 담보 문제로 '한 지붕, 두 시장'으로 분할됐던 스왑시장의 상황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불확실해진 지난해 9월 이후 더 악화됐다.
현재 대다수 외은 지점들이 본사로부터 원화 익스포저를 현상 유지하라는 가이드라인을 받은 상황에서 신규 거래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기존 거래의 롤오버 역시 외은 간 거래로 제한하려는 모습도 여전하다.
이러다 보니 보험사들이 에셋스왑을 1년, 2년, 3년으로 분산시켜도 거래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현재 국내은행이 받는 라이어빌리티(부채)스왑의 경우 통상 5년 이상 테너로 나오는 반면 일본계 은행 등 외은 지점의 경우 3년 이하 단기 테너로 부채스왑을 꾸준히 찍고 있다. 외은 지점과의 라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보험사 롤오버 물량이 처리될 경로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번째 화살, 원화채 재담보 활용 시스템 구축
당장 달러 담보 문제를 놓고 은행 간에 극적인 타결이 이뤄질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주요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 속에 외환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어 당국이 안전핀을 뺄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국내은행과 외국계 은행 간 라인을 구축하는 건 중요한 과제다. 원화채 재담보 활용 시스템 구축이 출발선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3월 23일 금융투자업 규정 일부 개정을 통해 같은 달 31일부터 금융회사들이 국채, 통안채 등을 재담보, 환매조건부 매매(RP)에 활용할 수 있게 했다. 파생상품거래 시 담보로 받은 원화채를 재활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원화채의 담보 가치를 높이려는 시도다. 외국계 은행들이 수년간 금융당국에 요청했던 1순위 과제였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첫 거래가 이뤄진 이후에도 원화채 재담보 잔액은 주목할 만한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존에 원화채를 담보로 받은 기관의 경우 재활용을 허용하는 쪽으로 계약을 갱신하길 원했지만 원화채를 담보로 제공한 기관 입장에선 굳이 그렇게 할 유인이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특히 국내은행들은 시스템 구축의 어려움을 이유로 신용보강서(CSA) 개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관련 계약을 바꾸려면 은행 내 거의 모든 유관부서가 모두 개입해야 한다는 현실적 어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원화채 담보 재활용이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그 가치가 제고되면 일정 부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당장 외은 지점들이 본사와 '코리아 익스포저'를 놓고 협의를 벌일 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다.
스왑시장의 거래 라인이 살아나고 '초이스 호가'가 줄어들고 유동성에 대한 기대감이 피어나기 시작하면 희망은 있다.
최근 남북관계 개선으로 지정학 리스크가 완화되고 있는 시점에 시장참가자들도 뭔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시작해야 한다.
(편집 유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