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지난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1.5%로 낮춘 이후 시중금리가 요동치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들이 주요 상품 금리 인하에 나섰고, 증권사들도 발행어음 금리를 속속 인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하방 압력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나친 고금리 정책은 목표수익 달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본사 사옥(위쪽부터 시계방향) [사진=각사] |
NH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19일부터 ‘NH QV 발행어음’(원화) 수익률을 기간별로 최대 50bp(1bp=0.01%) 하향조정했다. 기본이 되는 만기 1년짜리 ‘NH QV 적립형 발행어음’이 기존 3%에서 2.5%로 하락했고, 수시물도 1.8%에서 1.55%로 25bp 내렸다.
KB증권도 19일부터 ‘KB able 발행어음’ 금리를 인하에 나섰다. 만기 1년 ‘KB able 적립식 발행어음’이 3%에서 2.75%로 낮아지는 등 모든 상품 금리를 25bp 낮췄다. 수시식 발행어음 CMA도 1.8%에서 1.55%까지 떨어졌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지난 22일부로 ‘퍼스트 발행어음’ 원화 상품의 금리를 일괄적으로 25bp 인하했다. 이 따라 개인고객 대상 1년 만기 상품이 2.35%에서 2.1%로, 수시 입출금 상품은 1.8%에서 1.55%로 각각 조정됐다.이같은 증권사들의 움직임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하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증권사간 과열된 발행어음 금리 경쟁을 자제하는 움직임도 한 몫을 했다는 게 증권업계 분석이다.
실제 발행어음 1호 사업자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지난해 NH투자증권이 경쟁사로 등장하면서 발행어음 시장의 ‘치킨게임’이 본격화됐다. NH투자증권은 7월 연 2.5% 수익률의 적립식 고금리 발행어음 발행을 통해 하반기에만 1조80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이에 자극받은 한국투자증권이 연 3% 수익의 적립식 발행어음을 내놨고, NH투자증권이 다시 연 5% 수익률을 내건 특판 상품을 출시하며 이자 경쟁에 불을 붙였다.
반면 올 들어선 금리 경쟁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다. 6월 발행어음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KB증권을 포함해 3사 모두 5% 특판을 출시한 상태다. 하지만 이는 연초 NH투자증권이 내놓은 특판 상품의 이율과 동일한 수준이며, 이를 뛰어넘는 고금리 상품은 나오지 않고 있다.여기에 발행어음 상품의 역마진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에서 추정하는 발행어음 운용 수익률은 연 4%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5% 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은 역마진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사업 초기에는 고객 확보를 위한 금리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일정 수준에 올라오면 운용 수익률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자금 모집에 어느 정도 성공한 만큼 신규 상품 출시보다는 기존 상품 위주로 판매 전략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운용기간이 1년 이내로 묶여 있는 것이 적극적인 영업 전략을 짜는데 부담이 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현재 발행어음은 자본시장법상 단기금융 상품으로 분류돼 발행기한이 최대 1년으로 제한된다. 여기에 조달자금의 50%를 기업대출 및 어음 매입·발행증권 취득·코넥스 및 A등급 이하 회사채 투자·기업대상 사모펀드(PEF) 투자·기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쓰도록 의무화돼 다양한 투자전략을 수립하는데 한계가 있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출시한 연 5% 적립식 발행어음 특판. [사진=각사] |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여러 제한 조건에도 발행어음 라이선스를 보유한 증권사와 그렇지 않은 증권사 간 수익성 간극이 커지고 있다”며 “시장이 발전할수록 단순한 고금리 정책 대신 차별화된 상품을 통한 고객 유치 경쟁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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