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5일(현지시각)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개최한 '파워 데이'에서 전기차 배터리 자체 생산 확대 방침 등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폭스바겐코리아
최근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겠다고 선언한 폭스바겐처럼 유럽연합(EU) 기업의 국산화, 리쇼어링이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3일 이런 내용을 담은 'EU 신(新)통상전략의 주요 내용과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18일 '개방형 전략적 자율성'을 핵심 개념으로 하는 새로운 통상전략을 발표했다. 개방형 전략적 자율성은 기존처럼 자유무역 기조는 유지하되 EU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기 위한 리더십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펴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EU는 이런 전략을 이행하기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위협 받는 글로벌 공급망을 유지, 복원, 다변화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내세웠다.
연구원은 "신통상전략에 따라 친환경자동차·의약품 산업을 중심으로 EU 기업의 역내 자체 생산, 리쇼어링 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독일의 자동차기업 폭스바겐이 전기차 배터리 대부분을 직접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게 대표적인 예다. 폭스바겐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주요 고객이어서 국산화 선언은 국내 배터리 업계에도 적잖은 충격이었다. 프랑스 자동차업체 르노자동차도 최근 중국 공장의 생산 물량을 자국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 관련해서도 EU 기업 개발 백신의 역내 사용 주장이 커질 것"이라며 "원재료와 완제품의 자체 생산량 비중도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신통상전략은 '녹색 전환 지원 강화 및 지속가능한 가치사슬 증진'도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기후 변화 대응, 공정경쟁, 노동자 보호 등 분야 정책적 노력 강화를 강조한 것이다. 연구원은 "EU가 체결했거나 체결할 무역협정에서 환경, 노동, 인권 등 조항 이행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EU는 "한국의 노동법제를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맞게 개선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는데, 이와 유사한 문제 제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U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를 수입업체에게까지 확대 적용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중국에 대한 통상 전략도 불공정 무역관행 개선을 강조하는 방향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EU는 신통상전략의 주요 과제에 '세계무역기구(WTO) 개혁'도 포함시켰다. WTO는 다자주의 증진, 국가 간 갈등 조정 등 본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커진 상황에서 EU가 WTO 개혁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연구원은 "WTO 내 분쟁해결 역할을 하는 상소기구의 정상화, 디지털 교역 관련 새로운 무역 규범 정립, WTO 회원국 간 협상 효율화 등을 중점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한국도 WTO 개혁 이슈에 대해 정부 차원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EU와 협력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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