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에스엠엔터테인먼트(에스엠) 회장이 경영개선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목소리에 겸허하고 충실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사업구조 개편에 대해 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다음달말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개인회사를 에스엠에 합병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간 필요하다”
국내 1위 연예기획사 에스엠은 20일 KB자산운용의 주주서한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다음달 31일까지 밝히겠다고 답변했다. 행동주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3대 주주 KB자산운용(지분 7.59%)이 지난 5일 본연의 가치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공개 주주서한을 통해 라이크기획을 에스엠에 합병하라고 요구한 지 보름 만이다.
소녀시대 엑소 동방신기 등의 소속사인 에스엠은 수년 전부터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아왔다. 등기임원도 아닌 이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라이크기획을 통해 음악 자문 등을 명목으로 연간 100억원 이상 받아갔기 때문이다. 2017년에는 에스엠의 전체 영업이익 109억원과 맞먹는 108억원을 가져갔다. 최근 5년간 에스엠 영업이익의 44%에 해당하는 금액이 이 회사로 흘러들어갔다. 그러면서 2000년 상장 이후 배당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3대 주주 KB자산운용, 4대 주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 주요 주주들이 이를 문제 삼고 나서자 에스엠은 고민에 빠졌다. 이날 서신을 통해 에스엠 측은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당사와 관련 계열회사 차원에서 복합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에스엠 측이 주주들에 결국 백기를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여론의 압박이 심해진 상황에서 이 회장이 버티지 못하고 라이크기획을 합병시킬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라이크기획의 가치 산정·합병 비율을 놓고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크기획 가치는 1000억원 내외”
라이크기획은 비상장회사라서 회계법인에 의뢰해 기업가치를 산정받아야 한다. 서류상 존재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자산가치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매년 에스엠으로부터 100억원 이상을 받고 있기 때문에 수익가치는 높게 매겨질 수 있다. 회계법인에서는 라이크기획의 가치가 약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주들은 이 회장이 라이크기획을 무상 증여 형태로 에스엠에 흡수 합병시키는 시나리오를 바라고 있다. 라이크기획의 가치가 높게 매겨질수록 에스엠 주식의 가치가 낮아질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라이크기획의 가치가 1000억원으로 산정되면 시가총액 1조원인 에스엠의 주가에 10% 가량 ‘희석 효과’가 발생한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관계자는 “지금까지 주주들의 몫을 개인회사로 가져간만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무상증여하는 방향이 옳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관측이다. 이 회장 입장에서는 라이크기획의 가치를 최대한 높게 받아 에스엠의 지분율을 높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지분율은 현재 19.08%에 불과하다. 라이크기획 합병으로 지분율을 지금보다 4~5% 높일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낮은 지분 때문에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격을 받은만큼 라이크기획을 통해 지분율을 높이려고 할 것”이라며 “합병 이전에 상속 문제도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주들의 이해관계와 상충하기 때문에 진통이 따를 수 있다”며 “라이크기획의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산정하면 주주들의 반발이 잇따를 수 있기 때문에 이 회장 측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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