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당산동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이심정 씨(43)는 지난 8월부터 수입 멸균우유를 쓰고 있다. 이유는 가격이다. 전자상거래(e커머스) 채널 쿠팡에서 1L짜리 독일 작센우유 12개는 2만19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반면 서울우유 1L짜리 10개는 2만600원. 100mL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작센이 183원으로, 서울우유보다 23원 더 싸다.
수입 멸균우유가 최근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우유 수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값이 싸진 데다 중소형 카페를 중심으로 우유 수요가 늘면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우유는 크게 △냉장 보관이 필요한 살균우유 △균을 완전히 사멸해 상온 보관이 가능한 멸균우유 △원유를 말려 분말 형태로 판매하는 탈지분유 등 세 가지 형태다. 이 중 냉장우유가 전체 시장의 92%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멸균우유(7%)와 탈지분유(1%)는 소량 판매되고 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멸균우유 시장의 성장세다. 1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국내 멸균우유 시장 규모가 2016년 453억원에서 올해 1336억원으로 194%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7%에 불과한 시장 점유율도 2년 내 10%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유로모니터의 전망이다.
그중 수입 멸균우유의 증가가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멸균우유 수입량은 2016년 1214t에서 지난해 1만392t으로 3년 만에 756% 증가했다. 주요 수입 멸균우유 브랜드로는 작센, 아르보리아(이탈리아), 데본데일(호주), 델릭(폴란드) 등이 있다. 지난 6월 이마트에서도 다나(프랑스), 올덴버거(독일)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가맹 본사로부터 지원받지 못하는 소규모 카페는 원가 절감을 위해 수입 멸균우유를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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