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디트로이트, 8월09일 (로이터) - 세계 최대 명품차 제조업체인 BMW BMWG.DE 와 다임러( Daimler ) DAIGn.DE 가 공급업체들과의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하고,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더욱 많은 엔지니어들을 확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파트너십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파트너십의 숨은 동기는 자율주행차가 초기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만큼의 수익을 창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라는 것이 자동차 회사 임원들과 업계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향후 자율주행차 시스템의 독자적 소유권을 포기하고 투자 부담과 리스크를 다른 회사들과 분담하는 쪽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대부분 자동차 회사들이 자율주행차 개발에 있어 기술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독립적 전략을 추구하며 수익 등 비즈니스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전략이 급변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독일 자동차 회사의 한 임원은 "자율주행차 시장은 물론 매우 중요하지만, 현재 투입된 막대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로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자동차 회사 뿐 아니라 구글(Goole)과 우버(Uber) 등 테크놀로지 기업들도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컨설팅업체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유럽 자동차시장에서 자율주행차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2030년에도 10~15%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든 기업들 중 패자가 다수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컨설팅업체 앨릭스파트너스의 존 호프커 부회장은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50개가 모두 성공을 거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자율주행차 개발사 중 처음으로 BMW가 단독 개발 전략을 철회하고 반도체 기업 인텔(Intel) INTC.O 및 카메라·소프트웨어 제조업체 모빌아이(Mobileye) MBLY.N 와 손잡고 2021년까지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위한 플랫폼을 구성했다.
BMW 임원들이 자사의 경쟁력을 가늠하고자 스타트업과 공급업체들을 방문한 끝에 내린 결정이다.
BMW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담당 부사장인 클라우스 붸트너는 "다른 업체를 방문해 보니 기술적 장애와 안전 문제 등 우리와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헤매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모두 수십억달러를 개발비용으로 쏟아붓고 있다. 그래서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핵심 시스템인 플랫폼을 구성해 힘을 합치는 것이 현명한 결정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임러 자회사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도 3개월 전 부품업체 보쉬(Bosch) ROBG.UL 와 손 잡았고, 일본 혼다자동차(Honda) 7267.T 도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파트너십 체결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자본이 두둑한 테크놀로지 기업들도 협업을 꾀하고 있다. 알파벳(Alphabet) GOOGL.O 의 자회사 웨이모(Waymo)는 미국 교통 앱 업체 리프트(Lyft)와 지난 5월에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 부담 나누기
차선 지키기와 고속도로에서의 속도 조절 등 초보적 자율주행 기능은 이미 첨단 차량에 활용되고 있다. 자율주행차 개발에 있어서 레벨3과 레벨4 단계라 하는 '운전자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는 단계'(eyes off)와 '운전에 대해 전혀 생각할 필요가 없는 단계'(mind off)를 거쳐 궁극적 자율주행차가 현실이 되기까지는 아직 몇년이 더 필요하다.
클라우스 프뢰리히 BMW AG 개발 이사회 임원은 1세대 전기 자동차 때와 마찬가지로 1세대 자율주행차가 출시되면 회사는 손실을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로서 입지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율주행차 개발은 필수라는 입장이다.
그는 "(자율주행차 개발은) 돈을 벌기 위함이라기보다 자동차 업계에서의 위상을 위한 것"이라며 "하지만 개발 플랫폼을 구성해 투자 부담을 나눌 수 있다면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기술이 가장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부문은 온디맨드(on-demand) 택시 서비스다. 자율주행 택시들이 일반 택시를 대체하고 대도시에서 공공 운송마저 일부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른바 '로보택시'로 인해 차량 공유 및 호출 시장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차량 공유 및 호출 시장 규모는 530억달러에 달했으며 2030년까지 2조달러로 확대될 것이라고 올해 초 맥킨지 보고서에서 발표됐다.
포드자동차(Ford) F.N 와 제너럴모터스(GM) GM.N 는 2021년부터 도시형 차량 공유 시스템에 활용될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 위해 각각 최소 20억달러를 투자해, 이미 자율주행차 개발을 시작한 다른 자동차 회사 및 스타트업과 경쟁하고 있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협업 체제를 구축한 것은 규제당국들이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표준을 만들기 시작한 것과 때를 같이 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규제당국들은 자동차 반사능력과 사고 확률을 최대 90%까지 낮추는 기준 등을 검토 중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표준들 때문에 독자적으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 협업과 합병
2016년 9월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고도의 자율주행차에 대한 가이던스를 발표했다.
NHTSA는 자동차 회사들에 차량 반사시스템의 프로그램 방식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예를 들어 주행 중인 자전거와의 충돌과 충돌을 피하기 위한 속도 위반 중 한 가지를 결정해야 하는 딜레마에 자율주행차가 대응하는 방식을 공개하라는 것이다.
NHTSA는 "고도의 자율주행차가 안전, 이동, 법적 의무가 서로 충돌하는 경우 세부적 규정에 맞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 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이해 충돌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알고리즘은 연방 및 각 주의 규제당국 뿐 아니라 운전자와 승객의 의견을 반영해 투명하게 개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럽 규제당국들도 자율주행차가 추월하거나 차선을 변경할 때 지켜야 할 표준화된 속도와 거리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개발 비용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압력이 개발사들 간 협업으로 이어지고 심지어 자동차 회사와 소프트웨어·반도체·레이더·카메라·레이저센서·고해상지도 개발업체들 간 합병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BMW, 메르세데스, 아우디(Audi)는 일단 경쟁을 접고, 구글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노키아의 전자지도 서비스 및 3D 맵 솔루션인 '히어'(HERE)를 인수하기 위해 힘을 합쳤다.
자율주행차 개발사들 간 협업 구도는 항공사들 간 코드 공유 계약과 같이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어느 정도 거리를 둔 계약관계로 시작됐지만, 자율주행차 개발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즈음이 되면 전면적 인수합병(M&A)으로 심화될 수 있다고 업계 임원과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글로벌 법률회사 호건로벨스의 M&A 담당 대표인 빌 커틴은 "항공 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자율주행차 업계에서 나타날 수 있다. 처음에는 협업과 컨소시엄으로 시작해 대대적 결합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편집 장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