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회사에서 갑자기 인터넷이 다운되었다. 업로드하던 데이터가 날아가고 마감시간은 다가오는데 복구는 안되고 난리가 났었다. 평화롭던 삶이 깨진 것이다. 문제는 이 상황을 해결할 전문가가 우리 곁에 없었다는 거다. 결국 외부 망 전문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우리는 모니터안의 작은 공룡만 바라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일을 겪고 나면 한가지 깨닫는 것이 있다. 세상에 대해서 아는게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굳이 모든걸 다 알 필요가 있을까? 만약 작동만 잘 된다면 말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사물을 도구로 보는 것 같다. 어떻게 쓸 것인가 에만 관심이 있고, 사물 그 자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관심은 없는 것 같다. 그냥 도구로서 목적에 맞추어 잘 쓰면 되는 것이다. 그러다 안되면 전문가 찬스를 쓰면 된다. 내가 몰라도 전문가가 많은 세상은 그래서 안정된 세상이다.
여러분은 어떤 일의 전문가이신가? 필자는 자칭 광고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공부도 끝까지 했고, 업무로도 25년째 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는 이 업의 최종 단계인 ‘당신의 생각을 알고 싶어요’ 레벨에 도전하고 있다. 바로 빅데이터 분석이다. 우리가 쓰는 데이터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연상 데이터를 주로 이야기 한다. 물론 GA등 매체를 활용한 광고 퍼포먼스 데이터도 있지만, 여기서는 소비자 데이터만을 특정해서 이야기 하려고 한다. 그게 나의 전문성이기 때문이다. 사실 데이터라고 하는 것은 예전에도 있었다. 다만 대용량 데이터의 축적과 처리가 어려웠는데 기술의 발달로 그 부분은 해결되었다. 또한 스마트폰은 소비자 행동 데이터 축적이 가능하게 해주었다. 재미있는 것은 데이터를 보면 소비자에 대한 여러가지 것들을 예측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행동한 결과값도 중요하지만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에 대한 해석이 더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같은 결과를 놓고 누가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값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누가 보느냐에 따라 사주 풀이가 달라지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해당 영역에서의 도메인지식이 많고 경험이 많은 분석가는, 그렇지 못한 분석가 보다 더 직관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래서 한 영역에서 20년 이상 시간을 보낸 전문가라면 누구나 그 분야의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파이썬등의 기본 코딩 교육은 필요하다. 코드를 짜지는 못하더라도, 읽은 줄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부담되지만 일단 배우고 나면 삶이 편해진다. 믿으시라 정말로 그러니까.
요즘 인공지능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거 하려면 빅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빅데이터를 모든 문제의 해결책처럼 이야기 하는데, 사실 데이터가 주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영감을 주는 단서가 될 뿐이다. 예를 들어 청바지에 대한 소비자 연상 조사를 해 보았더니 흰색티, 후드티, 허리, 다리, 조합 라는 연관어가 많이 나왔다고 하자. 그러면 사람들이 청바지에 대해서 원하는 것은 흰색티와 후드티를 입었을 때 가장 멋진 조합이 나오는 내 옷 맵시를 보여줄 수 있게 만드는, 핏이 좋은 청바지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기획자는 브랜드 메시지를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A 라는 사람과 비슷한 구매성향을 가진 B 라는 사람을 데이터를 통해 추출해 낼 수 있으면, 우리는 B가 미래에 무엇을 구매할지 예측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과거의 패턴대로 미래에도 행동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광고마케팅 회사는 이런 데이터를 활용해 B에게 보낼 효과적인 메시지를 만들어 AB 테스트를 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데이터는 메시지를 만드는 영감을 주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 그 자체로 문제의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 추출된 데이터를 해석하는 데이터 해석 능력이 더 중요한 이유다. 그럼 실제로 어떻게 하는지 한번 살펴보자.
코로나19로 인해 외식보다는 집밥을 즐기는 수요가 증가했다는 기사가 많이 나온다. 특히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집안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밀키트와 간편식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고 하는데, 관련 기사에 따르면 내년에는 시장 규모가 약 5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연관어 데이터를 보다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바로 ‘요리’ 라는 연관어다. 밀키트와 간편식 키워드로 본 연관어 중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바로 ‘요리’인 것이다. 요리는 쉐프가 하는건데 밀키트간편식에서 나오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자세히 보았더니 밀키트 자체가 집에서 해먹기 어려운 음식 종류로 구성되어 있는 것도 있었고, SNS 멘션에 #홈파티요리, #양식요리, #치킨요리, ‘요리하는 기분을 내준다.’ 와 같이 ‘요리’ 라는 단어가 밀키트나 간편식과 한 문장으로 같이 쓰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 ‘밀키트를 요리해 보겠습니다’ 라고 이야기 하는 멘션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아마도 밀키트를 음식화 시키는 과정을 요리라고 지칭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밀키트나 간편식에 저녁이라는 키워드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요리’도 한번 보자. 역시 요리는 ‘맛집’과 ‘레시피’ 버즈가 많이 나왔지만 ‘집밥’도 많이 나타났다. 이유는 아마도 ‘집에서 요리한다’ 라는 표현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은데 아마도 ‘요리’ 라는 단어가 말로 쓰기 보다는 글로 쓸 때 많이 사용되는 단어이고 그래서 인스타그램 같은 글쓰기 기반 소셜엡에서는 이런 단어가 많이 추출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데이터를 통해서는 밀키트와 간편식은 일반음식 구성품 보다는 특별한 메뉴로 구성된 상품이 더 많이 팔리지 않을까 라는 가설을 세워 볼 수 있을 것 같다.
기간: 2021.06.18 ~ 2021.07.01, 채널: 매스미디어, 페이스북 (NASDAQ:FB), 인스타그램, 블로그, 커뮤니티
이처럼 데이터는 궁금한 점의 이면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앞으로 우리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주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빅데이터 라는 도구를 활용해 살펴보고 이미 밝혀진 내용의 뒷면 역시 데이터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해보는 여정을 떠나 볼 것이다. 이를 통해서 특정 이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알아보고 이들 생각을 분석해 혹시나 있을 수 있는 비지니스 기회까지 찾아보는 것으로 이번 칼럼을 진행해 보려 한다. 세상이 궁금하신가, 왜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고 싶으신가 그러면 함께 사람들의 생각 속으로 들어가보자. 누가 아는가 거기서 인생 성공 단초를 찾을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