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핵심 주제로 떠올랐다. 올 들어 이뤄진 5000억원 이상 빅딜 중 절반가량이 ‘친환경’ 테마로 채워졌다. ESG 중 환경을 뜻하는 ‘E’에 해당한다. ESG 관련 내부 역량을 단시간에 끌어올리기 위해 환경 관련 업체를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올해 거래액 5000억원 이상 국내 M&A 12건 중 5건이 ESG와 관련이 있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소재 사업장 매각과 해외 기업 인수를 제외하면 9건 중 5건이 ‘ESG 딜’이다.
SK건설은 지난달 환경 폐기물 플랫폼 EMC홀딩스를 어팔마캐피털로부터 인수했다. 1조원을 투입해 이 회사 주식 전량을 사들였다. EMC홀딩스는 국내 1위 수처리·폐기물업체로 전국 970개 수처리시설을 운영 중이다. 폐기물처리업체를 사들인 사례는 이외에도 많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의료·산업 폐기물업체 ESG그룹을 8750억원에, 중견 건설회사 IS동서는 폐기물산업 상장사 코엔텍을 5100억원에 인수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한때 대표적인 기피 산업으로 꼽히던 폐기물산업은 이제 대기업이 뛰어드는 ‘황금알’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몸값 뛴 2차전지 업….'ESG 프리미엄' 붙었다ESG 열풍으로 전기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2차전지(배터리) 업체들의 몸값이 껑충 뛰어올랐다.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전기자동차 공급망에 참여한다는 이유로 ‘ESG 프리미엄’이 붙었다.
최근 두산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물로 나온 동박(전지박) 제조사 두산솔루스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두산솔루스 인수전엔 롯데 LG 등의 대기업을 비롯해 KKR 칼라일 TPG 등 글로벌 사모펀드(PEF)까지 인수 의향을 밝히며 관심을 끌었다.
승자는 ‘진대제 펀드’로 유명한 스카이레이크였다. 초반부터 7000억원을 제시하며 인수합병(M&A)을 이끌었다. 석유화학업체 롯데케미칼을 주력 계열사로 둔 롯데그룹과 글로벌 3대 연기금으로 ESG 투자 확대를 기조로 내세운 국민연금이 스카이레이크 펀드에 출자자로 참여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시장에서는 두 기관의 M&A 참여를 “비슷한 매물이 나온다면 언제든지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12월로 예고된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분할 상장도 시장의 관심사 중 하나다. 글로벌 PEF는 물론 주요 기업도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최근 3000억원 규모 프리IPO(상장 전 투자)를 유치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리막(LiBS) 계열사 SKIET 역시 시장 기대주로 꼽힌다.
주유소처럼 ESG 바람으로 역풍을 맞은 분야도 있다. SK(주) 계열사 SK네트웍스는 300여 곳의 SK 직영 주유소사업을 현대오일뱅크에 매각해 1조33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SK렌터카와 SK매직 등 공유경제 관련 사업 확대를 위해서다. 이 거래로 시장 점유율 2위를 지켜온 GS칼텍스가 3위로 밀려나게 됐지만 GS칼텍스는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정유 사업 비중 축소를 위해 2조7000억원을 투자, 올레핀으로 제품군을 다각화한다고 발표했다.
김수민 유니슨캐피탈 대표는 “연기금을 비롯한 출자자들이 ESG를 강조하면서 M&A 시장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며 “인수 대상 기업을 결정할 때도, 인수 후 해당 기업의 몸값을 높이는 과정에서도 ESG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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