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이건희 회장이 25일 향년 78세로 별세한 가운데, 그의 승부사적 결단에 대한 재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회장은 경영의 위기가 닥쳐올 순간마다 파격적인 결단을 통해 활로를 찾았으며 이러한 그의 행보는 포스트 코로나의 불확실성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출처=뉴시스
프랑크푸르트 선언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꿔라"
이건희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삼성의 변화를 주문했다. 지금까지 관성으로 일하던 습관을 모두 버리고 제대로 된 혁신을 위해 '삼성의 모든 것을 바꾸라'는 파격적인 지시다.
당시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그룹 전체는 국내 시장에서 의미있는 존재감을 확보하고 있었으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듣보잡'에 불과했다. 특히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이 회장은 특히 주요 매장에서 외국인 직원들이 삼성전자의 제품을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나아가 직원 일부가 느슨한 마음으로 현장업무에 일하는 것을 확인한 후 '이대로는 곤란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프랑크푸르트 선언과 함께 신경영, 품질경영 시대가 열렸다.
후쿠다 전 고문. 출처=뉴시스
화두는 지금도 현재진행형
이건희 회장이 던진 '기업문화 혁신'의 화두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2016년 3월 삼성전자는 스타트업(Start Up) 삼성 컬처혁신을 천명한 바 있다. 글로벌 기업에 걸맞는 의식과 더불어 일하는 문화를 혁신하는 대변신에 나섰다. 24일 오후 수원 디지털시티에 있는 디지털연구소(R4)에서 CE부문 윤부근 대표, IM부문 신종균 대표, 경영지원실 이상훈 사장을 비롯해 주요 사업부장, 임직원 등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 선포식을 열었으며 이 과정을 사내방송으로 실시간 중계했다. 핵심은 조직문화의 변화다. 이를 바탕으로 의미있는 인사이트를 끌어낸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최종 목표다.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끌어내는 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후쿠다 다미오 전 고문의 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2016년 6월 사내방송에 출연해 “지금의 삼성은 1993년과 상황이 다르다.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더 신중하고 효과적인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혁신을 위한 삼성의 행보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