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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한국거래소(KRX)의 70여년 독점 체제가 깨지게 됐다. 내년 3월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하면 증권시장이 경쟁체제로 전환된다. 넥스트레이드는 KRX보다 거래 시간도 길고, 수수료도 더 싸다.
그럼에도 KRX는 느긋한 모습이다. 넥스트레이드의 거래 종목이 제한적이고, 시장 감시와 청산 등은 여전히 KRX가 전담하기 때문이다. 거래 대금이 늘어나면 수수료 등 이익을 더 챙길 수 있다.
특히 금융당국으로부터 간섭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그동안 독점 체제로 인해 임금과 복지 등에서 정부 입김에 휘둘렸지만, 이제 자율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 넥스트레이드 등장에도 KRX '여유'…점유율 한계 '뚜렷'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초 ATS 인가를 받은 넥스트레이드는 올 하반기 본인가를 거쳐 이르면 내년 3월 영업을 개시할 계획이다.
지난 1956년 2월 서울 중구 명동에 대한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가 설립된 것을 고려하면 70여년 만에 증권거래 시장이 독점에서 경쟁 체제로 전환된다.
넥스트레이드는 KRX와의 차별화를 위해 거래 시간을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확대 운영한다. 또 최우선 매수‧매도 호가의 중간 가격으로 가격이 자동 조정되는 중간가 호가와, 특정 가격에 도달하면 지정가 호가를 내는 스톱지정가 호가를 추가한다. 매매체결 수수료도 KRX보다 20~40% 낮출 예정이다.
경쟁자의 등장이지만, KRX는 느긋한 모습이다. 아직까지 ATS의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넥스트레이드는 유동성이 높은 800여개 코스피‧코스닥 종목만 거래 예정이다. 상장지수펀드(ETF)도 거래가 불가하다. 특히 ATS에서 경쟁매매로 체결되는 거래량도 시장 전체 기준 15%, 종목별 30%로 제한된다.
시장 점유율 확대가 어려운 셈이다. 주요국의 ATS의 시장점유율(거래금액 기준)도 11~19%에 불과하다. 24개의 정규거래소와 65개의 ATS가 있는 미국의 ATS 점유율은 11%이다. 정규거래소 1개와 3개의 ATS가 있는 일본 역시 ATS 점유율이 11%에 그친다.
여기에 넥스트레이드의 상장심사와 시장 감시, 청산 기능은 KRX가 수행한다. 거래시간 확대로 거래가 늘어나면 오히려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아울러 이익에 가장 중요한 파생상품시장은 KRX만 운영한다. 밥그릇을 뺏길 위험이 적다는 판단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ATS(대체거래소) 운영방안' 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2024.5.9/뉴스1
◇금융당국 간섭 줄어들면 임금도 오를까
경쟁 체제로 독점에서 벗어나는 것은 KRX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그동안 독점을 이유로 준공공기관 취급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실제 KRX는 2009년 준정부기관(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2015년에야 민간기업이 됐다. 그럼에도 공직자윤리법상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돼 있는 데다가 시장감시 등의 국가 기능을 위탁 수행하는지라 금융위원회의 감독을 받는다. 임금·복지에 대한 결정권도 금융위가 가지고 있다.
ATS와의 경쟁체제로 바뀌면 독점적 수익구조를 가졌단 이유로 금융위와 체결한 경영협약을 지속할 명분이 줄어든다. 간섭이 줄어들 수 있는 셈이다. 내부적으로는 임금 인상 등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KRX가 경쟁력에서 앞서 있다는 자신감도 ATS 등장을 느긋하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됐다. 그동안 KRX는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거래 기술력과 서비스를 강화해왔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금융위가 ATS 출범에 나섰지만, 그동안 KRX가 IT 인프라 투자를 많이 한 만큼 경쟁력이 높다"며 "시장의 거래대금이 늘어나는 등 규모가 커지면 KRX 입장에서는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KRX의 처우가 동경거래소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인데, 독점서 벗어나면 개선이 가능하다"며 "나쁠 것이 없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KRX는 "현시점에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실질적인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가 내년 3월 본격 출범한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