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통신사와 잇따라 손을 잡고 있다. 통신사가 보유한 비금융 분야의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발굴할 수 있어서다. 신용평가부터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금융 상품까지 통신·금융 융합의 결과물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銀, SKT와 혁신금융 업무협약
기업은행은 SK텔레콤과 ‘5G(5세대) 기술과 빅데이터 기반 혁신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3일 발표했다. 협약에 따라 SK텔레콤은 5G 기반으로 수집한 유동 인구 통계, 통신료 납부 내역 등 데이터를 은행에 제공할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와 비금융 데이터를 연계 분석한다. 이를 기반으로 주요 고객인 중소기업에 특화한 금융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기업 영업 채널을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연구한다.
기존에 없던 디지털 혁신 서비스도 내놓을 예정이다. SK텔레콤의 내비게이션 서비스인 티맵을 이용한 교통 정보 서비스도 그중 하나다. 영업점별 교통 상황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점포를 알려주는 식이다. 중소기업 고객들이 스마트공장을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도록 ‘5G 모바일 엣지 컴퓨팅(MEC)’ 구축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공장에서 실시간 품질 검사, 자율 주행 물류이송, 생산시설 원격정비 등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 외에 통신사 가상현실(AR)·증강현실(VR) 기술을 활용한 가상 영업점도 설치할 계획이다.
신용평가에 통신 빅데이터 활용
다른 은행들도 통신사와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통신사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가 대표적인 협업의 산물이다. 은행과 거래 내역이 없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들에 대해 통신비 납부 내역, 소액결제 내역, 휴대폰 기기 정보 등을 활용해 신용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이달 초 SK텔레콤·11번가와 MOU를 맺고 소상공인에 맞는 금융 상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SK텔레콤 데이터를 활용한 소상공인의 신용 평가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지난 7월에는 통신사 정보를 바탕으로 소액을 대출해주는 ‘우리 비상금 대출’도 내놨다.
KEB하나은행도 SK텔레콤과 제휴를 맺고 티맵을 통해 고객의 운전습관을 분석해 안전 운전을 하면 오토론 금리를 낮춰주고 있다.
통신사 고객을 겨냥한 은행 특판 상품도 많다. 지난 5월 대구은행이 SK텔레콤과 제휴해 내놓은 ‘T 하이 5 적금’은 연 최대 5%의 금리를 제공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부산은행은 KT 통신사를 쓰는 고객이 대출을 신청하면 추가 금리 혜택을 주기도 했다.
MVNO(알뜰폰) 사업자로 은행 중 처음으로 통신시장에 진출하는 국민은행은 LG유플러스와 손을 잡았다. 이달 말 국민은행은 MVNO 브랜드 ‘리브M’을 공식 출시하고 본격적인 홍보에 나선다. LG유플러스는 국민은행에 자사의 5G망을 빌려줄 예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신은 생활 패턴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은행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많이 갖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은행이 고객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면 고객들의 편의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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