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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라는 단어는 때로 경주와 동의어로 사용된다. 경쟁은 반드시 상대방을 이겨야 하는 과정처럼 느낀다. 경쟁에는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있게 마련이고, 나에게 유리해졌다면 너에게는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여긴다. 즉, 경쟁의 결과가 상대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달리기의 목적이 누군가보다 빨리 달리기 위함이 아니라 살을 빼기 위해서라면 함께 달리는 사람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결과는 상대적이기보다 본인의 절대적인 노력에 달려 있다.
세계화의 변화로 달라지는 경쟁의 개념
정보통신기술(ICT) 혁명이 발생하기 이전의 세상에서 생산의 전 단계는 한 국가 내에 위치했다. 생산이 국가적 차원의 과제였기 때문에 생산의 증가, 즉 성장은 국가 경쟁력 강화의 필수조건이었다. 따라서 생산에 투입되는 자본에 대한 투자가 중요했다. 투자가 이뤄지기만 한다면 그 대상이 사회기반시설이든, 사람이든 혹은 지식이든 상관없었다.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점을 문제 삼았을 뿐 투자의 대상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정책 역시 파급효과가 높은 분야에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ICT 혁명으로 인해 지식의 이동비용이 낮아지면서 경쟁력의 개념이 바뀌기 시작했다. 선진국들의 생산시설이 전문지식과 함께 저임금 국가로 이전됐다. 개발도상국에서의 생산품일지라도 선진국에서 생산할 때와 동일한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문지식이 함께 이전해야만 했다. 생산 형태가 변하다 보니 정부 입장에서는 국제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생산요소와 그렇지 못한 생산요소를 구분해 관리할 필요가 생겨났다. 경제학자 엔리코 모레티는 그의 책 「직업의 지리학」을 통해 혁신산업 부문에서 새롭게 생겨난 일자리 한 개는 해당 지역에 추가적인 1.6~5개의 일자리 증가에 기여하는 반면, 선진국이 해외에서 만들어낸 일자리는 이런 파급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이는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국제적인 이동성은 낮으면서 국내에서 큰 파급효과를 발생하는 생산요소임을 의미한다.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정책의 초점이 ICT 혁명 이전과 이후에 달라져야 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경쟁 개념의 변화와 산업정책의 재설계
한 세기 이상의 기간 동안 공장은 한 국가의 생산을 책임지는 부엌과 같은 공간이었다. ICT 혁명 이전의 생산이 국내 문제였던 시기에 공장의 능력은 곧 한 국가의 생산력이었다. 하지만 1990년에 시작된 생산 단계의 분할과 해외 이전으로 노동집약적 제조 단계가 저임금 국가로 옮겨가면서 생산비용은 급격히 낮아졌고, 선진국들의 수익성은 더 높아질 수 있었다. 제조업 가치사슬의 분화가 시작된 것이다.
생산 단계는 하나의 상품처럼 저임금 국가로 수출됐지만, 생산 전후의 서비스는 여전히 선진국에 남았다. 즉, 제조와 관련된 서비스의 부가가치는 점차 커지고, 단순 제조의 부가가치는 점점 작아졌다. 이는 이전 세대에서 생산에서 발생하던 부가가치의 대부분이 생산 이전의 서비스 단계와 생산 이후의 서비스 단계로 이전됐음을 의미한다. 아이폰 뒷면에 적힌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라는 문구는 이런 변화를 함축한다. 이는 21세기의 부가가치는 생산이 아니라 서비스에서 창출되므로, 산업정책의 초점이 제조에 한정되지 않아야 함을 의미한다. 즉, 제조와 관련된 서비스까지 염두에 둔 산업정책이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도시의 중요성
한편, 서비스 부문의 생산력은 도시에서 극대화된다.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 간에 발생하는 지식과 지식의 경쟁을 통해 서비스 경쟁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2010년 발간한 「2040년의 네덜란드」라는 분석보고서를 통해 도시를 고등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모여들며, 대면 접촉이 활발해지는 장소로서 생산성이 성장하는 장소로 정의한다. 좋은 일자리는 더 이상 제조에 있지 않고, 생산 전과 후의 서비스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서비스 부문의 일자리는 주로 도시에 분포한다. 도시가 곧 21세기 공장인 셈이다. 지식의 이전비용이 더 낮아지고, 기술(VR·AR, IoT, 5G, Big data 등)의 발달로 노동자로부터 노동서비스의 분리마저 가능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가 경쟁력이 결국 인적자본과 도시 발전에 달려 있음을 이해할 때 더욱 효과적인 정책 수립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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