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직원들의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건으로 또다시 금융당국의 심판대에 오를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이 사건을 최대한 신속히 제재심의위원회에 올리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손태승 회장의 연임 확정까지 잰걸음을 하고 있다. 이번주에 차기 행장을 선임하는 한편 ‘소송 전략’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손 회장의 연임을 둘러싼 우리금융과 당국 간 충돌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번 도용사건 제재심 오를 듯
9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우리은행 직원들의 휴면계좌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건을 가능한 한 빨리 제재심에 올리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2018년 10~11월 이뤄진 우리은행 경영실태 평가 결과의 후속 조치다. 일부 영업점 직원이 고객의 휴면계좌 비밀번호를 바꾸는 방식으로 고객 유치 실적을 올렸다는 게 골자다. 우리은행은 영업점 200여 곳에서 약 2만3000명의 고객 비밀번호가 무단 도용된 것으로 파악해 이를 금감원에 보고했다. 금감원은 1년 넘게 특별한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제재심이 열리면 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개인정보보호법(19조)과 전자금융거래법(26조) 등에 저촉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각 조항에는 제공받은 목적 외 용도로 고객 정보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과 이용자 동의 없이 계좌 정보를 업무상 목적 외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많은 영업점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났다는 점도 제재 가능성이 큰 이유로 꼽힌다.
관건은 제재심이 열리는 시점이다. DLF(파생결합펀드) 손실 사태로 중징계가 확정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 또 다른 ‘압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금융위의 DLF 관련 최종 결정만 바라보고 있다. 다음달 24일 주총 전에 제재가 의결되면 손 회장의 연임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된다.
○‘강공’ 우리금융…이번주 행장 선임
우리금융은 이번주 초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어 차기 은행장을 선임할 계획이다. 지난 6일엔 우리금융 이사회가 금융위의 최종 징계가 나오기 전까지 손 회장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표현 수위를 낮췄을 뿐 연임 방침을 꺾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행장 선임도 손 회장 연임을 전제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안팎의 시각이다. 현 체제에서 ‘2인자’ 역할을 해온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 부문장이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우리은행장 쇼트리스트(최종 후보)에는 김 부문장을 비롯해 권광석 새마을금고 신용공제 대표, 이동연 우리에프아이에스 대표가 올라 있다.
연임 강행을 위한 ‘소송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금융위가 기관 제재를 의결하면 손 회장 개인이 행정 소송을 내는 방식이다. 제재 효력을 중지하기 위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함께 내야 한다.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 징계 효력이 멈추지만 기각하면 연임이 곧바로 무산된다. 통상 가처분 신청은 1주일 안에 결론이 나온다. 늦어도 주총 전에는 모든 법적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손 회장은 소송전에 대비해 대형 로펌들에 자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제재가 법적으로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시각이 많다”며 “법원이 우리금융 측 손을 들어주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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