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각종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외면받는 지원금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피해 계층의 현실적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까다로운 조건을 내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지원금 신청 기간을 연장해가며 신청을 독려하고 있다.
‘탁상행정’의 대표 사례로는 노점상 소득안정지원금이 꼽힌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노점상 한 명당 50만원씩 주겠다며 올해 새로 마련한 지원금이다. 중기부는 당초 노점상 4만 명에게 지급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달 6일부터 접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 지원금을 신청한 노점상은 열흘 동안 38명에 불과했다. 지금도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원금 지급은커녕 신청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중기부가 지원금 지급 조건으로 노점상의 사업자등록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노점상들에게 사업자등록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사업자등록을 하면 과세당국에 수입 내역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또 고령의 노점상인은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 그동안 한 푼도 내지 않았던 의료 보험료를 연간 수십만원가량 새로 내야 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저조한 신청 상황을 고려해 6월 말로 못박은 지원금 신청 기한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헬스장을 돕겠다며 올해 신설한 ‘실내 민간체육시설 고용지원 사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사업은 헬스장 등 체육시설이 트레이너를 신규·재고용하면 정부가 고용 인원당 매월 160만원을 고용주에게 6개월간 지급하는 사업이다. 문체부는 당초 1만 명의 트레이너가 이 사업으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신청 마감일인 지난 10일까지 신청 인원은 6121명에 그쳤다. 문체부가 지원금 지급 조건으로 ‘주 30~40시간 근무’와 ‘4대보험 가입’을 내건 탓이다.
지원금 신청이 저조하자 문체부는 14일부터 예정에 없던 2차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프리랜서에게 적용되기 어려운 지급 조건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신청자는 이달 24일까지 1095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가 지원금도 마찬가지다. 농식품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농가를 돕겠다며 추가경정예산 정부안에 없던 ‘영농 바우처’ 사업을 밀어붙여 예산을 따냈다. 코로나19로 매출이 줄어든 농가 2만5430곳에 현금 100만원을 바우처 형태로 지급하는 사업이다.
농식품부는 당초 화훼·친환경·시설수박 농가 등이 대거 지원금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신청 마감일인 지난달 30일까지 4100여 곳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지원금을 받기 위한 매출 감소 증빙이 까다로운 게 문제였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정상적인 정책이라면 철저한 시장조사와 타당성조사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며 “일부 코로나 지원금 정책은 이런 과정이 생략되고 책상에서만 만들어지다 보니 피해 계층이 지원을 못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진/강진규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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