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경기도가 일산대교에 공익처분을 내리고 무료화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다른 광역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불붙고 있다. 민간 자본이 투입된 도로 및 터널, 교량 등의 이용을 무료화하거나 요금을 깎아달라는 요구다. 하지만 민간 사업자와의 보상 관련 협상에서 지자체가 적지 않은 부담을 지거나 향후 민간 자본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자 SOC 협약 변경 추진 잇따라일산대교와 마찬가지로 국민연금이 대주주인 미시령터널과 관련해 강원도는 실시협약 변경 요구서를 작성하고 있다. 최소운영수입보장(MRG) 계약에 따라 강원도가 국민연금에 지급하는 운영 수입 지원을 줄이고 터널 통행료도 깎아달라는 것이 골자다. 강원도 관계자는 “당초 예상 대비 통행량이 70%에 못 미치면 유료도로법에 따라 민간사업자에 재협상을 요청할 수 있는데 미시령터널 통행량은 30%를 밑돈다”며 “국민연금이 재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내년 이후에는 최소운영수입 지급을 중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상남도는 마창대교의 민간 운영사인 맥쿼리를 상대로 요금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계약에 따라 내년 통행료가 500원 인상될 예정인 가운데 이를 동결하거나 내리는 것이 목표다. 내년 이후에는 계약 전반의 구조를 바꾸기 위한 연구 용역도 산하 연구원에서 시작할 예정이다.
제2순환도로와 관련해 공익처분을 추진했다 무산된 광주광역시는 민간 사업자의 수익률 변경과 관련된 논의를 지속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울산시에서는 염포산터널 무료화와 관련된 요구가 시의회를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민간 자본의 국내 사회기반시설(SOC) 건설 사업은 2000년 인천공항고속도로를 기점으로 본격 시작됐다. 하지만 SOC 사용률이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지자체가 사업자에 일정 수익을 지급하는 MRG 계약이 지자체에 지나치게 불리해 문제가 제기돼 왔다.
2018년 국토교통부 분석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가 민간 사업자에 지급한 운영 보조금은 6조4037억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문학터널과 서울 지하철 9호선, 용인 경전철, 대구 동부순환도로 등 주요 민자 사업과 관련해 보조금 지급을 낮추는 사업 구조조정이 이뤄진 이유다. 정부는 MRG 계약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2015년 폐지했다. 하지만 한번 시작하면 계약 기간이 20~30년에 이르는 민자 SOC 사업의 특성상 일산대교 등은 MRG 사업 기간이 아직 10년 이상 남았다. ○“통상마찰 부메랑 될 수도”다른 광역지자체는 경기도의 공익처분이 실제로 이행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법무부 산하 정부법무공단이 지난 1월 광주의 제2순환도로 공익처분 시도와 관련해 “운영권을 취소할 정도의 법률적 요건이 충분치 않다”고 결론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맥쿼리 등 외국계 자본이 운영권을 갖고 있는 SOC의 경우 공익처분을 내리면 통상마찰이 일어날 소지가 크다”며 “경기도가 조금 무리한 것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잇따르는 계약 변경 시도가 향후 민간자본의 SOC 사업 참여 유인을 떨어뜨려 교통 인프라 개선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거가대교와 백양터널 등 7개 주요 터널 및 교량을 민자로 건설한 부산시에서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 12조5000억원의 교통혼잡비용 감소 효과를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시 관계자는 “재정에만 의존했다면 수십 년이 걸렸을 수 있는 SOC를 조기 완공해 시민의 교통 편익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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