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회사원 황지현(32세·가명) 씨는 8월 휴가를 위해 예매한 일본 도쿄행 항공권을 놓고 갈등 중이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된 가운데 지인이 최근 블로그에 올린 일본 여행 후기에 비난 댓글이 달리면서 취소를 고민하고 있다. 김 씨는 "일본 현지 분위기도 걱정"이라며 "저비용항공사(LCC)로 예매해 수수료를 부과해야 하지만 취소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고 말했다.
반일 감정 확산과 함께 주요 LCC 주가가 추락했다. 부진한 2분기 실적 전망에 일본과의 외교관계 악화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 주가 발목을 잡았다. LCC업계가 그동안 일본노선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온 만큼 성수기 방일(訪日) 수요 축소에 따른 실적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CC업계 1위 제주항공 주가는 최근 한달간(10일 종가 기준) 18% 넘게 떨어졌다. 이달 초 3만원선이 깨졌고, 10일 장중 2만8550원까지 밀려 올 들어 최저가를 기록했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주가는 한 달간 각각 7%, 9%대 내려앉았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이슈가 걸린 에어부산(2.31%) 외에는 대체로 내림세를 보였다.
주가 경착륙의 주된 원인은 비수기 부진한 실적과 반일 감정 확산에 따른 성수기 실적 악화 우려가 꼽힌다.
2분기 제주항공과 진에어 등 주요 LCC의 실적은 시장 예상보다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비수기에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화물 물동량과 지방발 여객 수요 부진 여파가 컸다는 지적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2분기 LCC의 국제선 여객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에 그쳤다. 반면 공급은 지난해부터 20% 내외의 증가세를 유지해 탑승률과 운임 모두 하락 추세를 나타냈다.
제주항공의 경우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한 것으로 추산된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국내 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영업손실 34억원이다. 티웨이항공 역시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손익분기점(BEP) 수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됐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의 2분기 영업적자가 100억원 수준에 달해 시장의 우려 이상으로 부진할 것"이라며 "제주항공의 국제선 여객수는 14% 늘었는데 분기 증가율이 15%를 밑돈 것은 처음"이라고 진단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진에어의 2분기 실적에 대해 "어닝 쇼크를 기록할 것"이라며 "유가, 환율 등 대외변수 악화와 하반기 충원 인력에 대한 인건비 부담 등으로 2분기 영업손실이 158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3분기 성수기로 접어들었지만 일본여행 자제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LCC의 타격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일부 LCC가 중국 노선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홍준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2017년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한중 관계가 악화된 당시 방중 한국인 수가 전년 대비 19%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한일 관계 악화로 일본 해외여행 심리가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노선 여객실적은 6월부터 본격적인 회복세를 기대했지만 최근 한일 관계 악화로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화물업황도 예상보다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당분간 일본 노선 실적과 화물업황을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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