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의 기업 인수합병(M&A) 키워드는 한동안 ‘자산 규모 늘리기’였다. 회사를 매각하는 건 재무구조가 악화돼 울며 겨자먹기로 주력 사업을 내다파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비핵심사업을 과감하게 팔아 몸집을 줄이고, 이를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주력 사업 및 신성장동력에 투자를 집중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성장이 둔화된 사료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CJ헬스케어를 한국 콜마에 1조3000억원에 팔기도 했다. 이 회사는 대신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컴퍼니를 1조8866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미국 식품첨가물업체 프리노바의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성장성과 수익성을 모두 갖춘 식품과 바이오사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CJ ENM은 케이블TV 자회사인 CJ헬로를 LG유플러스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홈쇼핑 계열사인 CJ오쇼핑과 합병하기도 했다. 인터넷TV에 밀려 경쟁력을 잃은 케이블TV사업은 접고 콘텐츠와 커머스에 투자를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에 따른 행보다.
그동안 보수적이란 평가를 받아온 LG전자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정한 자동차 전장에 집중하기 위한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년간 2500억원을 투자한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하기로 한 데 이어 하이엔텍, 엘지히타치워터솔루션 등 수처리 관련 계열사도 매각할 계획이다. LG전자는 대신 지난해 오스트리아의 자동차 헤드라이트업체 ZWK를 (주)LG와 함께 11억유로(약 1조4500억원)에 사들였다. LG그룹 사상 최대 규모 M&A였다.
SK그룹은 지난해 SK E&S의 파주에너지 지분과 SK해운 경영권 등을 매각했다.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은 최대한 팔아 현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급성장하는 냉동물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지난해 중국 물류회사 ESR, 베트남 유통기업 마산그룹 등에 지분 투자한 게 대표적이다.
LS그룹은 LS엠트론의 오토모티브 및 동박사업부를 지난해 KKR에 매각하고 그룹 핵심인 전력 인프라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스마트 에너지사업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제약·바이오업계의 골목대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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