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은 지난달 21일 미주지역 선사로부터 17만4000㎥급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4척을 8704억원에 수주했다. 척당 가격은 2176억원. 같은 달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한 신(新)조선가(새로 제작하는 선박 가격) 1억8400만달러(약 2068억원)보다 5.2%(108억원) 높은 수준이다. LNG 운반선 발주가 증가하는 가운데 신조선가도 상승세를 타면서 조선경기 회복 시점이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LNG 수요·운임 ‘동반 상승’
3일 클락슨에 따르면 조선업 경기를 가늠하는 척도로 꼽히는 LNG 운반선 신조선가가 5년 만에 상승하고 있다. 연간 발주량이 60척을 웃돈 2014년 척당 2억달러(약 2248억원)에 달했던 LNG선 신조선가는 발주량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2017년엔 1억8200만달러(약 2045억원)까지 하락했다.
내리막길을 걷던 LNG선 신조선가는 작년 말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셰일가스에서 채굴한 LNG 수출을 확대하고, 중국과 인도 등이 석유·석탄보다 오염물질 배출량이 적은 LNG 소비를 늘리면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억2600만t이던 세계 LNG 물동량은 2021년 22% 이상 늘어난 4억t에 달할 전망이다. 작년 상반기까지 하루 평균 7만8000달러였던 LNG선 운임이 연말엔 두 배 이상 급증한 19만달러까지 치솟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지난해 대형 LNG선 발주 규모는 2004년(68척) 이후 가장 많은 65척을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에 이어 대우조선해양이 지난달 25일 그리스 해운사인 마란가스로부터 LNG선 2척을 척당 2130억원에 수주하는 등 신조선가 오름세가 뚜렷하다.
배값 인상 전망 확산
세계 1위 조선사(수주 잔량 기준)인 현대중공업이 2위인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는 것도 LNG선 신조선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업계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등 ‘빅2’ 체제로 재편되면 조선사들의 과당 경쟁이 줄어들면서 배값이 오를 것이란 설명이다. 지난해 세계에서 발주된 대형 LNG선 65척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그룹이 25척을 수주했다. 18척을 수주한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을 합치면 두 회사의 LNG선 시장 점유율은 66.1%(43척)에 달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7일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LNG선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LNG선을 주문하려면 현대중공업이나 대우조선을 찾아간다”는 그리스 대형 선주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올 들어 발주된 LNG선 12척 가운데 현대중공업(1척)과 삼성중공업(6척), 대우조선(3척) 등 국내 조선 ‘빅3’가 83.3%인 10척을 수주했다. 나머지 2척은 중국 선사들이 발주한 것으로 현지 조선소가 수주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 빅2 체제가 본격화되면 조선업의 발목을 잡아온 ‘제살깎기’ 경쟁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일부 해외 선사를 중심으로 LNG선 가격이 1억9000만달러(약 2135억원)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클락슨은 올해 LNG선 발주량이 69척으로 작년(65척)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20~2027년에도 연평균 63척가량의 발주가 꾸준히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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