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미국 경제학자 하워드 보언은 현대적 의미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처음 제시했다. 그는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 외에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70여 년이 지난 현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될 만큼 더욱 중요해졌다.
소비자는 사회적 신뢰가 있는 상품엔 기꺼이 지갑을 열고 주변에도 추천한다. 반대로 기업에 관한 부정적인 뉴스가 나오면 곧바로 지지를 철회한다.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평판이 소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다.
한국경제신문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입소스, 국내 최대 온라인 패널조사기관 피앰아이와 함께 시행한 ‘2020 한경-입소스-피앰아이 기업 소셜임팩트 조사’에서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기업에 높은 점수를 주고, 그런 기업 제품은 비싸더라도 기꺼이 사겠다는 소비자 의식이 확인됐다. 노동에 대한 관심 높아져지난해에 이어 2년차로 접어든 이번 조사 결과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 소비자들의 소셜임팩트에 대한 인식 변화다. 소비자들은 지난해엔 부패 및 비리 척결에 대한 의지와 사회윤리성에 점수를 줬다면 올해는 브랜드들이 고용 성과와 노동 안정성에 얼마나 신경쓰는지를 주목했다. 정원 입소스코리아 비즈니스컨설팅 그룹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가 불안해진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다.
15~64세 남녀 1만 명이 참여한 이번 조사에서 패널들은 브랜드 평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뽑아달라는 질문에 ‘일자리 창출 및 고용 안정’ ‘임직원 근로환경 개선’을 꼽았다. 여러 항목 중 중복 선택이 가능한 상황에서 두 항목을 선택한 비율이 각각 전체의 86%에 달했다. ‘친환경 공정 및 제품 생산’(82%) ‘환경 문제 해결’(79%)이 그 뒤를 이었다. 환경보다는 노동 문제가 더 민감한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상품 구매 시 기업의 사회적 평판에 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성별과 연령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여성은 20~50대, 남성은 40~60대가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남성은 88%로 가장 높게 나온 반면 10대 남성은 71%로 가장 낮았다. 여성은 40대가 87%로 가장 높았고, 30대와 50대도 각각 86%로 비슷했다. 코로나 위기에서 돋보인 쿠팡전체 응답자의 32%는 코로나19로 인해 신뢰하는 브랜드에 변화가 있었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거나(33%) △코로나 위기를 돈벌이 기회로 활용하지 않거나(25%) △고객 위생·건강 보호를 위해 노력(23%)한 브랜드를 더욱 신뢰하게 됐다고 답했다.
전자상거래(e커머스)업체 쿠팡이 코로나19로 인한 혼란 속에서 사회적 신뢰도를 쌓아올린 대표적 기업으로 꼽혔다. 쿠팡은 전자상거래 사회적 신뢰도 조사에서 11번가와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쿠팡은 외출 자제에 따른 비대면 거래 확산 국면에서 경쟁 업체보다 한 박자 빠른 배송(로켓배송)으로 소비자의 지지를 받았다. 또 올해 상반기에만 쿠팡과 쿠팡 풀필먼트(물류센터 운영)를 통해 총 3만7000여 명을 고용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선 점이 크게 부각됐다. 특히 배송 직원을 모두 직고용하면서 다른 택배업체와 비교되고 있다. 이마트가 대형 유통업체 중에서 압도적인 1위(41%)에 오른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경쟁사들이 점포를 매각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마트는 구조조정 없이 트레이더스 매장을 포함해 전국에 16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믿는 브랜드는 비싸도 산다”사회적 신뢰도가 높은 기업 제품은 조금 더 비싸도 구매하겠다는 소비자 의식도 확인됐다. ‘신뢰하는 브랜드는 비싸더라도 구매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66%로 나타났다. ‘신뢰하는 브랜드는 매번 다시 구매한다’(65%) ‘자신이 평소 신뢰하는 브랜드 제품을 주변에 추천하겠다’(62%) 등의 항목도 높은 점수가 나왔다.
반면 ‘부정적인 뉴스’는 소비자의 지지 철회로 이어져 기업에서 장기적인 소셜임팩트 관리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도 나왔다. ‘평소 신뢰하는 기업의 부정적인 기사를 접해도 일단 믿는다’는 응답은 38%에 불과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상위 30% 그룹인 ‘소셜임팩트 주도층’에서 대한 브랜드 충성도는 더욱 부각됐다. 이들 사이에서는 ‘조금 더 비싸더라도 신뢰하는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응답이 94.6%에 달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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