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던 계란값이 45일 만에 꺽인 것으로 나타났다. 계란 한 판 값이 곧 8000원대까지 오를 것이란 업계 예상을 깨고 지난 15일(7821원)을 정점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가 진정되고 설 명절에 몰렸던 계란 수요가 빠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4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3일 특란 30구 한 판 가격은 7676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지난 15일보다 1.8% 떨어졌다. 계란값은 이후 하락해 최근 7600~77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아직 지난해 2월보다는 48% 높지만 상승세는 한풀 꺾인 셈”이라고 보고 있다. 계란값은 지난해 말 5700~5800원대를 유지하다 12월 30일(5802원) 이후 45일간 줄곧 오름세였다. 지난달 7일 6000원을 돌파하면서 첫 비상이 걸렸다. 6000원대는 AI가 대유행했던 2016년 12월 이후 처음이었다. 그 후 수직 상승하며 21일 만에 6000원대를 거쳐 7000원대에 진입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가격이 꺾인 데 대해 “설 명절에 집중됐던 계란 수요가 사라졌고 AI 여파가 진정되고 있는 데다 수입이 확대됐다”며 ”산란계 농장들이 닭을 다시 키우면서 공급이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란 추가 수입 여부에 대해서는 “수급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가 계란값이 급등하자 올 들어 미국산 수입분과 농협 비축분 등 총 2200만 구를 시중에 풀었다. 국내 하루 계란 생산량(4300만 구)의 절반 수준으로, 영향은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계란값 상승세는 꺾였지만 당분간 예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의 한 산란계 농장 관계자는 “날씨가 따뜻해지고 철새가 사라지면 AI는 곧 종식되겠지만 산란계 확보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며 “예년 수준으로 계란값이 회복하려면 올 추석은 지나야 한다”고 말했다.
가정용 닭고기 가격은 계란보다 빨리 하락세를 시작했다. 육계 소매가는 ㎏당 5528원으로 전월(5859원) 대비 5.6% 하락했다. 전년 동월(5061원)보다는 9.2% 높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병아리가 산란계로 성장하는 데 6개월이 걸리는 반면 육계는 한 달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AI 여파를 더 빠르게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리는 살 처분량이 많아 당분간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오리는 ㎏당 5793원(도매가 기준)으로 전월(4372원) 대비 32.5% 올랐다. 전년 동월(2451원)보다 136% 높다.
박종필/강진규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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