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출처=뉴시스
[이코노믹리뷰=이성희 기자] 상반기 실적 호조에 웃던 증권사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표정이 굳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매파적인 발언이 나오면서 하반기 신용공여 감소와 증시 하방압력이 가해져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기준금리 전망을 내놓은 증권사 19곳은 올해 한 차례 내지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키움증권과 하나금융투자, 대신증권, KTB투자증권 등은 8월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를 감안해야 한다는 점에는 증권가 리서치가 모두 동의하면서 △성장 회복세 △이주열 한은 총재의 매파적 발언 등의 해석 정도 차이로 8월 인상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다소 갈렸다.
시기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늦어도 10~11월에는 기준금리가 상승하고, 최대 연내 2회 인상 가능성도 나옴에 따라 증시 동력으로 작용한 초저금리 기조는 종료가 임박했다는 평가다.
실제 3일 한은이 공개한 7월 15일 금통위 정기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이주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5명이 금리 인상 필요성에 공감했다. 기존 매파적인 의견을 견지한 이 총재까지 포함 시 6명이 기준금리 인상을 동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초저금리 시대 유동성 랠리에 수혜를 입은 증권사들의 실적 상승 곡선도 점차 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상승 주요인인 브로커리지에 영향을 주는 거래대금은 올해 1월 일평균 42조원을 넘어섰으나, 이후 20조원대로 하방 유지하고 있다.
이에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증권사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분기부터 낮아지고 있다. 여기에 하반기 기준금리까지 인상될 경우 내년부터 증권사 감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상은 증권사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이는 증시와 부동산에 하방 압력을 높이는데서다. 증시가 저조할 경우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뿐만 아니라 신용공여와 트레이딩에 영향을 끼친다. 또 부동산은 증권사 IB 실적에 관련돼 있다.
증시 하락으로 신용공여 잔고가 감소하면 이자수익이 줄어든다. 또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진행 중인 딜이 기준금리 상승 시 미분양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금리 반등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과 한국은행 및 기획재정부에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강한 의지를 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2019년 7월 시작된 금리 인하 사이클의 종료가 임박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증권업은 유동성이 확대될 때 유리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고 기준금리 인상 추세 중 크게 조정 받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당장 과거와 같이 수차례 금리 인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업종의 대세 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 연구원은 "증권업 역시 타 금융업종과 같이 만성적인 저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상승여력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내년 이익 감소가 예상되는 데다 최근 호실적의 직접적인 기폭제였던 완화적인 통화 정책마저 종료를 앞두고 있다는 것은 부담 요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