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이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를 불러 일으킨 가운데 재닛 옐런 전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금리 역전은 침체 전조가 아니라 금리 인하의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도 Fed가 올해 기준금리를 내릴 확률을 70% 이상으로 예상하는 등 경기 둔화 속에 미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급락하는 미국채 10년물 금리
옐런 전 의장은 지난 25일 홍콩에서 열린 크레디스위스 아시안 투자 콘퍼런스에서 미 국채 수익률곡선 역전과 관련해 “침체 전조로 보지 않는다”며 “지금은 과거와 달리 수익률곡선이 매우 평탄화하는 경향이 있고 이런 상황에서는 역전도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침체를 야기할 일련의 과정을 알리는 신호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며 “금리 역전은 Fed가 언젠가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일 수는 있다”고 말했다.
과거 국채 장기물의 금리는 ‘기간 프리미엄’(만기가 길어 불확실성이 큰 만큼 금리가 더 높게 형성되는 것)을 반영해 단기물보다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지난 2007년 금융위기 이후 돈을 푸는 양적완화(QE)를 거치면서 그 차이는 대폭 감소했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기간 프리미엄’도 축소된 것이다. 연방기금금리선물 시장의 연말 금리 예측
뚜렷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 속에 미 국채 금리는 이날도 추가로 급락했다.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4.1bp(1bp=0.01%포인트) 내린 연 2.418%를 기록했다. 장중 한 때 연 2.388%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는 2017년 12월 29일 이후로 최저다.
3개월물 금리는 1.4bp 하락해 연 2.445%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3개월물 금리는 10년물보다 2.7bp 높게 형성된 채 마감됐다. 지난 22일엔 장중 한 때 역전된 뒤 나란히 연 2.459%에 마감됐지만 이날은 종가 기준으로도 금리가 역전됐다.
10년 뒤 만기가 오는 채권의 금리가 3개월 만기 채권보다 더 낮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최근 세계 증시는 이를 경기 침체 가능성 때문이라고 보고 크게 출렁였다. 하지만 옐런 전 의장은 “미 경제의 성장 속도가 둔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침체 상황에는 직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연방은행 총재도 같은 행사에서 “금리 역전에 대한 시장의 불안한 반응을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경기 침체 우려로 패닉에 빠질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금리는 지속해서 하락해왔다”며 “일부는 구조적인 것으로 성장세 하락, 실질 이자율 하락 등과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2일 수익률곡선 역전이 발생한 뒤 고객들에게 메모를 보내 “올해 1분기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7%에 불과하겠지만 2분기에는 3%로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골드만삭스는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폐쇄) 종료, 계절적 요인이 경기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간체이스도 “경기 위험은 커지고 있지만 지금 예상 시나리오에서 리세션은 없다”고 밝혔다.
실제 침체 신호로 광범위하게 쓰이는 2년물과 10년물 수익률곡선은 아직 역전되지 않고 있다. 2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7.8bp 급락해 2.254%에 거래됐다. 이에 따라 2년물과 10년물 금리 격차는 전일 12.7bp에서 이날 16.4bp로 오히려 확대됐다.
Fed가 머지않아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2007년 이후 12년만에 처음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면서 Fed가 경기 둔화를 막는 조치를 취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투자자들은 Fed가 연내 금리를 내릴 확률을 70.2%로 전망했다. 전 거래일 54%, 한달 전 13%에서 대폭 높아진 것이다. 특히 2회 이상 인하할 확률도 28.7%로 점쳤다. 로이터통신은 “장·단기 금리 역전으로 Fed의 금리 인하가 가까워진 듯하다”고 보도했다. 에번스 총재도 “Fed는 분명히 경기 둔화 신호에 대해 조금 더 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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