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사진)은 인수합병(M&A)을 통한 비은행 부문 강화를 임기 중 최대 목표로 추진해 왔다. 롯데카드 인수에 참여한 것은 기존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이다. 우리카드와 겹치지 않는 400만 고객군을 잠재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21일 “카드업 자체는 쇠락하고 있지만 카드 사업은 여전히 효용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금융의 자체 분석 결과 롯데카드 고객 중 우리카드와 겹치지 않는 고객군이 400만여 명에 달한다는 게 손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재무적투자자(FI)로 들어간 것이어서 경영을 하지는 않겠지만 업무적으로 시너지를 낼 부분은 많을 것”이라며 “롯데카드 사용자 중 백화점 이용 고객이 많기 때문에 소비 패턴 등을 파악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규 사업도 고민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다만 우선은 투자 목적이 더 크다는 게 우리은행 측 설명이다.
손 회장은 “롯데카드 지분 전체를 다 인수하는 것은 금액적으로 너무 커서 무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큰 리스크를 지지 않고 소수 지분만 투자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 형태라고 결론 지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인수금융을 주선하는 데 대한 수수료 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보유 지분 가격이 향후 오르게 되면 매각할 때 차익도 볼 수 있다. 당초 우리금융지주를 통한 인수도 검토했으나 지분 규정 때문에 인수 참여 주체를 우리은행으로 정했다는 설명이다. 현행법상 금융지주사가 신규 자회사를 취득할 경우 50% 이상 지분을 인수해야 한다.
이번 인수로 ‘리딩금융지주’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인수가 완전히 마무리되고 나면 롯데카드 실적 중 20%(우리은행 지분)는 연결기준으로 우리금융 실적에 반영된다.
우선매수청구권과 관련한 계약 조건은 붙지 않았지만 향후 매각이 이뤄질 경우 인수 주체로서도 우위에 설 수 있다. 우호적인 소수 지분 투자인 데다 회사 경영을 다른 원매자보다 잘 알게 되는 만큼 매각하는 MBK파트너스 입장에서는 최적의 상대로 볼 수 있다.
다만 현재는 카드보다 다른 비은행 계열사 인수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는 게 손 회장의 설명이다. 우리카드와 롯데카드의 합병도 아직까지는 검토하지 않은 시나리오다.
손 회장은 “자산운용사, 부동산신탁사, 캐피털·저축은행, 증권사, 보험사 순서로 인수 계획을 갖고 있다”며 “카드는 당장 인수보다는 소수 지분투자자로서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이 있을지 지속적으로 고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소람/정지은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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