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기업 간 기술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누가 먼저 더 미세한 공정으로 반도체를 생산하느냐에 따라 생사가 갈리기 때문이다.
선두는 대만 TSMC다.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1위 기업인 TSMC는 3㎚(나노미터: 1㎚=10억분의 1m) 반도체 양산을 위한 장비 설치에 들어갔다. 이르면 내년 여름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최초로 3㎚ 반도체 양산에 들어간다고 대만 연합보가 최근 현지 공급망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고객사도 이미 확보해 놨다. TSMC는 인텔의 주문을 받아 3㎚ 공정이 적용된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을 준비 중이다. 전 세계 3㎚ 전쟁‘㎚’는 반도체 회로 선폭의 단위다. 선폭이 작을수록 반도체 성능은 올라가고 전력 효율도 좋아진다. 현재 양산되는 반도체 가운데 5㎚급이 가장 미세한 공정으로 만들어진다. 세계에서 TSMC와 삼성전자만이 5㎚ 반도체를 양산하고 있다. 하지만 TSMC가 3㎚급 반도체 장비 설치에 본격 나서면서 삼성전자를 반보 앞서게 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2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2022년에 3㎚ 1세대 공정을 양산할 계획”이라며 “2023년에는 3㎚ 2세대 양산을 목표로 차질 없이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1세대와 2세대는 성능과 소비전력 등에서 차이가 있다.
인텔도 3㎚ 반도체 양산에 가세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온라인 기술 로드맵 발표 행사에서 내년 7㎚, 2023년 3㎚, 2025년 2㎚ 반도체 생산 계획을 밝혔다. 1㎚에서 벌어지는 승부파운드리 업체들이 미세공정에 집착하는 것은 가전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제조 기업들의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결정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미세공정 여부는 반도체 회로 선폭의 길이로 결정짓는데 보통 10㎚ 이하면 미세공정으로 인정한다. 회로 선폭이 좁아질수록 집적도가 올라가 성능과 전력 효율이 좋아진다. 전자기기의 반응속도는 빨라지고 배터리는 덜 잡아먹는다는 뜻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인텔이 파운드리에서 뒤처진 것도 노트북과 PC 탑재 CPU 생산에 안주한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로 콘센트로 전력을 항시 공급받는 노트북과 PC 특성상 CPU의 전력 소모에 대한 고민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설명이다.
애플 (NASDAQ:AAPL) 샤오미 등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들은 제품 경쟁력으로 빠른 데이터 처리속도와 긴 배터리 수명을 꼽는다. 1㎚ 작아질수록 성능과 배터리 효율이 20~30% 올라가는 만큼 파운드리의 생사도 미세공정에 달려 있다는 설명이다. 진짜 승부는 ‘수율’반도체는 미세공정에 들어갈수록 품질 관리가 어려워진다. 선폭이 작아지는 만큼 작은 패턴 변화에도 반도체 수율이 큰 영향을 받는다. 수율이란 한 웨이퍼 안에서 결함 없는 제품을 생산하는 비율이다. 수율이 좋다는 건 그만큼 웨이퍼 한 장에서 균질하게 얻을 수 있는 반도체 칩 수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원가가 절감되기 때문에 반도체 기업의 수익성도 좋아진다. 반도체 초미세공정의 기술적 한계에 근접하면서 수율 확보는 이전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D램 수요는 여전히 견고D램 가격의 피크아웃(고점 통과) 논란과 관련해선 시장의 우려가 너무 과도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버용 CPU 신제품 출시에 따른 고객사들의 신규 수요가 대기하고 있고 클라우드용 데이터센터 수요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실제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하반기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 크리스마스,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 등 주요 이벤트가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다른 반도체 기업 관계자들은 “특히 크리스마스와 광군제 시기에는 전자제품이 많이 팔린다”며 “이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가전·모바일 기업들이 3~4분기를 대비한 주문을 많이 해놨다”고 설명했다.
PC용 D램 가격의 하락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 회사는 주로 기업용 서버와 모바일에 쓰일 고사양 D램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PC용 D램은 기업 서버용과 모바일용에 비해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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