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경북 경주시에 건설된 월성 원자력발전소 전경. /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국내 61개 대학 교수 224명의 모임인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위한 교수협의회’(에교협)가 어제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경북 경주에 있는 월성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 건식 저장시설’ 14기를 당초 계획대로 건설하라고 촉구한 겁니다. 핵연료 저장시설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요.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성풍현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등 에교협 집행부는 최근 월성 원자력본부를 방문했습니다.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을 둘러보기 위해서였지요.현장에서 살펴보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2010년 가동에 들어간 현재의 저장시설(맥스터형)이 2021년 11월에 포화되는데, 정부가 이미 14기 건설에 필요한 부지를 확보해 놓고서도 7기만 건설한 채 사실상 방관해 왔기 때문입니다. 저장시설 용량이 초과되면 200만kW 이상의 발전원이 상실될 수 있습니다.건설기간이 약 24개월이란 점을 감안할 때 나머지 7기를 올해 안에 착공하지 못하면 ‘중수로(CANDU)형’인 월성 2~4호기는 모두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일각에선 “정부가 건설 결정만 내리면 되는데 반핵단체들 눈치를 보면서 일부러 착공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제때 착공하지 못할 경우 2021년 저절로 탈원전이 되는 겁니다.유일한 중수로형인 월성 원전(1~4호기)의 경우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면 무기화가 가능한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습니다. 20여개에 달하는 나머지 경수로형과는 확연히 다른 겁니다. 반핵·반전단체들이 중수로형 원전의 조기 폐쇄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배경 중 하나이죠.더구나 월성 1호기의 경우 한수원이 작년 6월 긴급 이사회를 열어 조기폐지를 결정했습니다. 약 7000억원을 들여 안전 설비를 보강한 ‘사실상의’ 새 원전을 폐기처리한 겁니다. 상업 가동을 시작한 지 35년만입니다. 해외의 원전 수명은 평균 60년 이상입니다.원자력계의 한 교수는 “현장에 가보니 한국수력원자력 직원 중에서도 중수로 원전의 운전 면허를 따려는 사람조차 없더라”며 “직원 사기가 너무 떨어져 있었다”고 걱정했습니다. 사기 저하가 누적되면 안전 문제로 연결될 수도 있습니다.정부는 지난달 29일에야 뒤늦게 ‘사용후 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한 핵심 결정들이 너무 늦지 않게 이뤄질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