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지난해 처음으로 1억원을 넘었다. 평균 연봉은 전년 대비 21% 늘어난 1억248만원을 기록했다. 임직원들이 경기 성남시 분당 네이버 본사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대기업의 임금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몰고 온 언택트 열풍이 소프트웨어 개발자 영입 전쟁으로 이어진 영향이다. 대표적인 테크기업인 카카오 네이버 엔씨소프트 (KS:036570) 등의 직원 평균 연봉은 지난해 처음으로 1억원을 넘어섰다. 2019년 ‘연봉킹’ 자리를 차지했던 SK에너지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삼성물산 롯데케미칼 등 전통 대기업의 연봉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한국경제신문이 19일까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20개 주요 대기업 평균 연봉을 분석한 결과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KS:207940) LG화학 (KS:051910) 삼성SDI 등 BBIG(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게임) 기업의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은 전년 동기 대비 6~35% 늘었다. IT(정보기술)기업의 연봉이 크게 올랐다. 카카오 직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억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엔씨소프트(1억550만원·22%) 네이버(1억248만원·21%)도 연봉 1억원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 3개 기업의 평균 연봉은 오랜 기간 최상위권을 지켜온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평균 연봉은 삼성전자 (KS:005930) 1억2700만원, SK텔레콤 1억2100만원이었다. 경영계 관계자는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영토를 확장한 플랫폼기업들이 ‘파격 연봉’을 무기로 업계 우수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12년인 데 비해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는 평균 5년에 불과하다.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던 SK에너지 직원들도 코로나19를 피할 수 없었다. 국제 유가 급락으로 SK에너지는 지난해 2조원에 가까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SK에너지 직원의 평균 연봉은 전년 대비 8% 줄어든 1억2100만원을 기록했다. 현대자동차 직원 연평균 임금도 8% 감소한 8800만원이었다. 2019년 평균 임금이 9600만원으로 늘어났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다시 급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전년 대비 성과급 규모가 줄어들자 우리사주를 지급했다.
김용춘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업종간 경계는 무너지는데 그에 걸맞은 인재 양성 및 교육은 이를 뒤따라가지 못하면서 ‘개발 인력 쇼티지’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로 인해 IT업계는 구인난, 전통 산업에서는 취업난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개발자 부족에 몸값 급등…카카오 연봉 1년 새 35% 올라
근속 짧은 플랫폼·게임社 1억 넘게 받아
쿠팡은 지난달 신입 개발자 ‘초봉 6000만원 시대’를 열었다. 5년차 이상 개발 경력직 채용에는 입사 보너스 5000만원을 제시했다. 넥슨과 넷마블은 ‘집토끼’를 지키기 위해 전 직원 연봉을 800만원씩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게임업체 크래프톤은 개발직군과 비개발직군의 연봉을 각각 2000만원, 1500만원 일괄 인상했다. 대졸 신입사원 기준으로 개발자 초봉은 6000만원이 됐다. 엔씨소프트도 가세했다. 개발직군 연봉 1300만원+α, 비개발직군은 1000만원+α 인상안을 발표했다. 김택진 최고경영자(CEO)는 ‘특별 인센티브’ 800만원도 지급했다. 대졸 신입사원 초임 상한선도 없앴다. 개발직군 초봉 5500만원 기준은 하한선이다. 게임업계의 ‘연쇄 임금 인상’은 개발자 처우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로의 이직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쿠팡발(發) 임금 인상 바람산업 구조의 변화에 맞물려 한국의 고용 구조가 일본식 연공급제에서 미국식 성과급제로 변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과 직원들 사이의 의견차도 커지고 있다. 해고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대신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고용 시스템과 연공서열을 중시하고 정년을 보장하는 연공급제 사이에서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제조 기업 소속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게임·플랫폼 기업은 개인의 작은 아이디어도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 구조지만, 전통 제조 기업은 회사 전반의 자본 장치와 시스템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다”며 “몸집이 상대적으로 작은 플랫폼·게임 업체와 비교하면 조직 규모가 크고 복잡한 제조 기업들이 연공서열과 부서 간 특성을 고려해 임금 체계를 개선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금 협상에도 영향성과급 지급 체계를 두고 노사가 충돌했던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 노사도 올해 임금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사측은 올해 임금 인상률로 3% 안팎을, 노측은 6% 안팎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임금 인상률은 2.5%였다. 삼성전자 직원들의 불만은 플랫폼·게임업계의 연쇄 임금 인상에 이들 기업으로 이직하는 직원이 생기면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한 직원은 “인공지능(AI) 담당 임원이 연봉 1.5배에 스톡옵션(주식 매수 선택권)까지 받고 쿠팡으로 이직했다는 소식에 ‘삼성맨’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하던 직원들이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며 “신생 IT 플랫폼업계와 경쟁하게 된 마당에 보상이라도 제대로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기여한 바에 대해 보상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
LG전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직원 1인 평균 급여액은 2019년(8600만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8600만원 수준이었다. 지난해 LG전자는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LG전자와 LG전자 노동조합은 올해 임금인상률을 9%로 확정했다.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업종 간 경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우수 인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성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대기업 내에서도 임금 격차 커져코로나19가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가속화함에 따라 인력 미스매치가 심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 간에도 임금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은 연봉 수준이 정체되거나 급감했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장기 유·무급휴직에 들어간 대한항공 직원 평균 연봉은 전년 대비 16% 감소한 6819만원,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한 호텔신라는 15% 줄어든 5000만원이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 및 근로시간 단축이 코로나 피해 기업의 임금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재연/한경제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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