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이 지난달 21일 미 금융당국에 나스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사진=AFP
ARM과 노보 노디스크. 국내 일반 투자자들에게 그리 익숙한 기업들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 빅테크 기업들이 동시에 ARM에 지분투자하기로 밝히고, 비만 치료제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연초 이후 연일 올라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는 물론 유럽 시가총액 1위인 루이비통까지 제치면서 올 하반기 ARM과 노보 노디스크가 미국과 유럽 증시를 흔들고 있다.
현지시각 5일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IPO 신청서에 따르면 애플 (NASDAQ:AAPL), 알파벳, 인텔 (NASDAQ:INTC), 삼성전자 (KS:005930), TSMC 등 세계적인 빅테크 업체들이 앞다퉈 ARM에 지분투자 의사를 밝혔으며, ARM은 이번 상장을 통해 48억7000만달러(6조5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ARM은 증권신고서에서 예탁주 9550만주의 공모가격 희망 범위를 주당 47∼51달러로 제시했다. 희망가격 상단을 적용할 경우 기업가치는 약 545억달러(72조7000억원)로 추산된다. 이는 소프트뱅크가 2016년 ARM을 인수하면서 제시했던 320억달러에서 2배가 안 되는 가격이다. 당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5년 안에 (ARM의 기업 가치가) 5배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결과는 다소 이에 못 미쳤다.
그렇지만 이번 ARM의 상장은 2021년 상장한 전기차 업체 리비안 (NASDAQ:RIVN)(137억 달러) 이후 뉴욕증시에서 최대 규모다.
당초 ARM은 이번 상장을 통해 80억~100억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을 목표로 했으나, 소프트뱅크가 비전펀드에 매각했던 지분 25%를 재인수하는 등 ARM 지분을 더 많이 보유하기로 결정하면서 목표 규모를 축소했다. 이번 상장에서 ARM은 발행주식의 9.4%만 거래한다. 소프트뱅크는 ARM 상장 후에도 지분 약 90%를 보유하며 지배력을 행사할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이날 공개된 증권신고서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AMD, 애플, 케이던스, 알파벳, 인텔, 미디어텍, 엔비디아 (NASDAQ:NVDA), 시놉시스, TSMC 등 주요 IT 기업 10개사가 초석투자자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초석투자자는 비상장 기업의 안정된 상장을 돕기 위해 일정 규모의 주식을 사들이겠다고 약속한 핵심 투자자를 말한다. 이들은 최대 7억3500만달러(약 1조원) 규모의 ARM 주식을 최초 공모가격에 인수한다.
ARM은 스마트폰에 쓰이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분야의 강자다.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 (NASDAQ:QCOM) 등에서 제작하는 모바일AP의 대부분이 ARM의 기본 설계도를 사용한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2016년에 ARM을 인수했다. 이후 엔비디아가 ARM을 400억달러에 인수하려고 했다. 다만 이러한 계획은 각국 경쟁당국의 반대로 무산됐고, 이에 소프트뱅크는 IPO 게획에 착수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희망가격 하단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ARM의 IPO는 여전히 올해 최대 규모"라며 "미국에서 상장을 계획 중인 수십개의 기술 스타트업, 기타 기업들의 IPO를 촉진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비만치료제 팔아 삼성전자 앞서... 노보 노디스크 시총 ‘437조’원 달성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 신약 '위고비'. 사진=노보노디스크
현지시각 5일 미국 증시에 상장된 노보 노디스크는 전날보다 0.42% 상승해 시가총액 3287억달러(437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418조원보다 19조원 높은 액수다.
노보 노디스크의 주가는 2019년 연초 47달러에서 현재 190.11달러로 무려 4배 이상 올랐고, 올해초부터 현재까지 40% 가까이 상승했다.
노보 노디스크를 유럽에서 가장 가치 높은 기업으로 만든 건 당뇨·비만치료제인 '위고비'다. 위고비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계열 약물로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나 살 빼는 약으로 유명하다. 위고비는 1주일에 1번만 복용하면 되며, 식사를 안해도 포만감을 느끼도록 해 식사량을 줄이게 만들고 결국 체중 감량으로 이어지게 해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NASDAQ:TSLA) 최고경영자(CEO)가 13kg 다이어트 성공 비결로 "단식, 그리고 위고비(Fasting And Wegovy)" 라고 언급하면서 크게 주목 받기 시작했다.
위고비는 지난해 8억9600만달러(약 1조1861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346% 폭증한 수치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애널리스트들은 당뇨와 비만치료 신약 시장의 매출 규모가 연간 1300억~1400억달러(170~185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 시장에서 매출 기준 가장 큰 생산업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8일에는 위고비가 심혈관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노보 노디스크의 주가는 당시 미국 증시와 덴마크 증시에서 모두 하루 17% 넘게 치솟았다. 노보 노디스크는 45세 이상 과체중·비만 성인 1만7604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효과적으로 체중 관리가 이뤄졌음은 물론, 심장마비와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20% 감소했다고 밝혔다.
9월 4일에는 위고비가 미국,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에 이어 영국에 출시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유럽 지역에서는 출시가 지연돼왔다. 노보 노디스크는 "영국에 위고비를 출시한다"며 "위고비 수요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비만 환자들이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도록 규제기관 및 공급자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보노디스크는 올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위고비의 국내 허가 승인을 받았다고 밝혀, 한국에서는 내년께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