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기사는 기자들이 취재 '현장에서' 알게 된 숨겨진 뒷이야기를 구술식으로 전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인포스탁데일리=이동희 기자] HMM (KS:011200)(옛 현대상선)의 매각설이 또 등장했습니다. '아직은 계획이 없다' 일변도의 입장을 유지해 오던 KDB산업은행도 이번에는 시장 상황을 파악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매각설에 불이 붙는 모양새입니다.
이렇다보니 업계와 시장 모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입니다. 두달여 전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 품에 안길 것이라는 이야기가 시장에 흘러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 조건부 투자합의를 이루고 현재 인수 작업이 한창 진행중입니다.
(사진=HMM 제공)
24일 재계 등에 따르면 HMM의 최대주주인 산은(20.69%)이 최근 HMM 지분매각 계획 수립에 앞서 시장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잠재적 인수 후보군인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시장 상황에 관한 의견을 나눈것으로 전해졌는데요. 현대차그룹을 포함해 포스코 (KS:005490), SM상선 등이 거론되고 있죠. 최근에는 LG계열 물류그룹인 LX판토스와 경영권 매각을 위해 사전 접촉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산은 관계자는 "시장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는 차원에서의 사전 조사를 진행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특정기업과 매각방안을 논의한 사실은 없다"고 선을 그었는데요. 구체적인 매각 계획 수립 역시 시장 상황 파악 이후 정부와 협의를 통해 수립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시장 안팎에선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의 조기 민영화를 높게 점치고 있습니다. 특히, 산은 입장에서도 해운업황이 더 나빠지기전에 매각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큰 상황인데요. 오히려 시점을 놓쳤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자료=네이버
글로벌 해운 경기 악화로 해상운임이 떨어져 HMM 실적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올해 초 까지만 하더라도 글로벌 해운 경기는 유례업는 호황을 누렸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 물류 시장이 살아나면서 선박 수요가 급증해 해상운임이 치솟았는데요. 1월에는 사상 최초로 5100선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해상운임이 하락하기 시작해 무려 73% 가량 급락한 상황입니다. 전날(23일) 글로벌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1306.84로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상반기 글로벌 물류대란으로 급등했던 해상운임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진단도 나옵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1500 포인트도 꽤 높은 수치였다. 항만 적체가 완화되면서 제자리로 돌아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운임 하락에 따른 올 4분기 및 2023년 실적 부진은 면키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증권가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요.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고물가, 고금리 등 경기·소비 위축으로 물동량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고, 인도 예정 선복이 많아 컨테이너 수급이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면서 당장 4분기부터 실적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최양오 ISD기업정책연구원장은 이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산은이 매각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 원장은 "HMM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가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해운업 악화에 HMM이 적자로 돌아서면 매수자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동희 기자 nice1220@infosto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