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재차 경신하면서 곳곳에서 축포를 터트렸다. 하지만 이 같은 호실적에도 증권주를 장바구니에 담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은 좀처럼 웃지 못하는 모습이다. 올해 증권주 전망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주가가 맥을 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이 넘은 증권사는 총 5곳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4858억원을 내 증권업계 최초로 2년 연속 1조 클럽 수성에 성공했다. NH투자증권 (KS:005940)과 삼성증권 (KS:016360),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KS:039490)도 각각 1조3167억원, 1조3111억원, 1조2889억원, 1조2089억원을 달성하면서 모두 1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실적 증가세도 두드러진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1조원에 근접한 895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며 KTB투자증권 역시 전년대비 116% 성장한 1433억원의 실적을 거뒀다.이처럼 증권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축포를 터뜨렸지만 증권주는 올들어 연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는 증시 부진으로 거래대금이 줄고 위탁매매 수익도 감소해 실적 둔화가 예상된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면서 증권주 전망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리인상 속도마저 빨라지면서 기준금리 인상에 취약한 증권주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특히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던 지난달 말 증권주 대부분은 곤두박질쳐 52주 최저가를 갈아치웠다. 미래에셋증권은 8060원까지 떨어졌으며 한국금융지주와 키움증권도 각각 6만9200원, 8만630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들 종목은 이달 들어 어느정도 가격을 회복하긴 했지만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선 여전히 주가가 낮은 상태다.
한 투자자는 "주가는 실적과 성장성을 배신하지 않는다고 해서 믿고 투자했는데 가격이 오르기는 커녕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며 "이럴바엔 차라리 지난해 팔아버릴걸 후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평균 거래대금도 지난해 1분기를 정점으로 지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올 1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2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 21조4000억원, 지난해 4분기의 22조7000억원에 비해 감소했다. 그중에서도 개인의 일평균 거래대금 규모는 1월 13조8000억원까지 감소하며 지난 4분기 15조9000억원 대비 대폭 낮아졌다. 대규모 개인자금의 유입이 있었던 지난해 초와 비교해서는 규모가 절반 이하로 낮아진 셈이다.
업계에서도 올해 업황 악화를 근거로 증권주의 전망을 밝게보고 있지는 않다.
국내외 금리 상승과 증시 변동성 확대로 당장 올 1분기부터 운용이익이 크게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3월 업황지표 반등 여부가 관건이기는 하나 증시 및 주변 자금 흐름을 감안할 때 지난 4분기에 이어 브로커리지 관련 수익 둔화는 올 1분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연초 이후 국내외 시장금리 상승과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로 운용이익 역시 지난 4분기 대비 크게 개선되기는 어렵지만 밸류에이션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내외적으로 불안정한 증시상황 속에서 증권주에 대한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특히 리테일 수익 비중이 높은 증권주는 시장 변동성에 민감할 수 밖에 없어 주식시장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지지부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