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이동희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3일 대한상의 초청으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과 자리를 나란히 했다. 지난해 말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해명을 위해 정부세종청사 심판정을 찾아 피심인 대 심의위원으로 얼굴을 마주한 이후 첫 대면이다.
최 회장은 이자리에서 "기업이 새롭게 일을 벌이는 과정에서 제도와 현실 간 트러블이 발생하기 마련이다"면서 "불확실성 하에 내린 기업의 최적 선택이 사후에 위법 리스크에 노출되지 않도록 제도의 예측가능성을 높여달라"고 말했다.
의미심장한 발언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최 SK그룹 회장의 SK실트론(구 LG실트론) 지분 매입행위를 회사의 '사업기회 유용' 행위로 규정하고 SK(주)와 최 회장에 각각 8억원씩 총 16억원의 과징금 부과 조치를 내렸다.
SK가 (구)LG실트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주식 70.6%를 직·간접적으로 취득한 후 나머지 지분 29.4%를 동일인(총수)인 최 회장이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SK 측은 당시 "전원회의 과정에서 나온 'SK가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는 충분한 지분을 확보한 상태였던 만큼 '사업기회 제공'으로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의견 등이 최종 결정에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다"며 유감을 표했다.
아울러 "잔여 지분 매각을 위한 공개경쟁입찰은 해외 기업까지 참여한 가운데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했다고 밝힌 참고인 진술과 관련 증빙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기존 심사보고서에 있는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반복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업계에선 SK와 최 회장이 공정위 판결에 불복, 항소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점쳐왔다. 이는 사실관계가 다른 부당, 불법한 사안에 대해 강경하게 대처해 온 SK그룹의 최근 기조와 맥을 같이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건물 내 보안게이트를 통과하는 모습. (사진=인포스탁데일리DB)
앞서 SK그룹은 최 회장의 '화천대유 연루 의혹' 제기가 잇따른 지난해 9월 전 모 변호사에 이어 다음달에는 열린공감TV 강모 기자 등 3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 고발했다.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가짜뉴스가 SNS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기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당시 SK그룹측은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하는 경우에는 기업과 기업인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면서 “향후에도 근거없는 비방과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SK실트론 사건에 대한 공정위 제재 의결서는 이르면 다음달 중 SK와 최 회장 측에 전달될 예정이다.
공정위 협력심판당담 관계자는 "보통 40일 이내 송달이 원칙이지만 전원회의 등 사안이 큰 경우 의결서 작성에 많은 시간을 요한다"면서 "다만,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최대한 빨리 끝내고 송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공정위 결정은 1심 법원의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불복할 경우 의결서 수령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거나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된다.
SK그룹 관계자는 "심의내용을 담은 의결서를 받는대로 세부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이후 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할 방침"이라며 "현재로선 아무것도 정해진 바 없지만, (불복 항소 등)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이동희 기자 nice1220@infosto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