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빈후드 사업설명서
주식 및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로빈후드(Robinhood Markets, Inc., NASDAQ: HOOD)가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상장 행보에 돌입했다. 아직 공모규모나 일정 등을 구체화한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이달 내 상장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로빈후드는 지난 1일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1억 달러 규모의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회사의 데뷔무대는 나스닥으로 확정됐으며,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이 주요 주간사를 맡고 있다.
이번 IPO에서 로빈후드는 자사 플랫폼인 ‘IPO 엑세스’를 통해 공모주의 20~35%를 개인투자자들에게 배정할 예정이다. 미국의 경우 IPO시 기관들이 대부분의 물량을 가져가고, 공모주 청약에 개인투자자 참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로빈후드가 IPO 엑세스 플랫폼을 내놓으면서 이 같은 구도에 균열을 내고 있다. 로빈후드는 미국 대형 투자은행들과 제휴를 맺고 자사의 IPO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의 IPO에도 주식을 청약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다만 로빈후드가 현재 미국에서만 서비스를 운영 중이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의 청약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업가치도 주요 관심사다. 지난 3월 블룸버그 분석가는 유통시장 거래에 기반해 로빈후드의 기업가치를 400억 달러(약 45조4,400억원) 수준이라 전한 바 있다. 로빈후드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뤄온만큼 시장의 기대치와 비교해 회사가 어느 정도의 공모규모와 기업가치를 제시할지 시장의 관심이 뜨거운 상태다.
로빈후드는 기관들이 무시해왔던 소액 투자자를 위한 주식 거래 플랫폼을 만들자는 취지로 지난 2013년 탄생했다. 현재 모바일 앱을 통해 주식, 옵션, ETF 등 여러 투자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또 비트코인,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을 포함한 7개의 암화화폐 상품을 지원하는 거래 서비스 ‘로빈후드 크립토’와 여러 프리미엄 기능을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 ‘로빈후드 골드’도 출시했다. 이 외에도 현금 관리와 금융 관련 학습 도구와 자원을 공급하는 교육 솔루션이 있다.
사진=로빈후드 홈페이지
코로나19를 계기로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주식거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몇 년간 비트코인 대란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열기 역시 뜨거워지면서 로빈후드를 찾는 고객들이 대폭 늘었다. 특히 ‘수수료 무료’, ‘최소 예치금 잔액 철폐’ 등 파격 혜택으로 2030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로빈후드의 고객은 지난해 143% 확대된 1,250만 명으로 파악된다. 이후 3개월이 흐른 지난 3월에는 1,80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빈후드는 현재 미국에서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향후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의 영토를 넓힐 계획도 검토 중이다. 회사측 관계자는 더스탁에 “현재 미국 시민과 영주권을 지닌 소비자들만이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해외로 성장할 수 있는 막대한 기회가 있다고 본다. 인구 규모, 법률 및 규제, 투자 문화 등을 고려해 유럽, 아시아 등의 지역으로의 해외 사업 확장을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뜨거운 관심만큼 로빈후드의 실적은 수직 상승했다. 지난 2019년 2억7,753만 달러(약 3,154억원) 였던 회사의 매출은 1년 만에 3배를 웃도는 9억5,883만 달러(약 1조897억원)까지 확대됐다. 중개 및 거래, 기술 및 개발, 운영, 일반 행정 비용 등이 크게 증가했지만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로빈후드는 지난해 1,378만 달러(약 15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이는 전년 영업손실 1억 693만 달러(약 1,215억원)에서 턴어라운드한 것이다.
올해도 1분기에 지난해 연간 매출액의 절반을 내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1분기에는 5억2,217만 달러(약 5,93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분기 대비 309% 이상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도 5,839만 달러(663억원)를 내면서 개선세를 보였다. 다만 컨버터블 노트와 워런트 부채의 공정가치 조정에서 발생한 금액 때문에 순이익면에서는 손실이 대폭 늘었다. 지난해 1분기 5,250만 달러(약 596억원)였던 순손실은 올해 14.4억 달러(약 1조6,365억원)까지 확대됐다.
로빈후드가 화려한 기록을 이어가고 있지만, 긍정적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IPO를 앞두고 최근 악재가 터져나왔다. 회사는 기술적 오류와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는 이유로 미 금융산업규제국(FINRA)으로부터 5,700만 달러(약 647억원)의 벌금과 피해 고객들에 대해 1,260만 달러(143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를 합산하면 7,000만 달러(약 795억원)로 역대 최고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글로벌 주식시장이 단기간에 폭락하는 우울한 장세가 연출된 바 있다. 당시 주식과 암호화폐를 매도하려던 투자자들로 거래량이 폭발하던 시기였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로빈후드의 플랫폼이 중단되면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아울러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투자자들에 옵션 거래를 허용하고, 위험이 높은 마진거래 같은 투자에 관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수천 명의 고객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비난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로빈후드는 “플랫폼 안정성과 교육자원 향상, 그리고 고객 지원 및 법률 팀 구축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면서 “이번 일을 통해서 고객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모두를 위한 금융 서비스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