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과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공동 개발·생산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근접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두 회사의 협업 내용과 생산 주체, 시기에 따라 미래차 시장의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3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과 애플의 ‘애플카’ 생산 협상이 마무리 단계라고 보도했다. 미국 조지아주 기아 조립공장에서 애플 (NASDAQ:AAPL) 브랜드를 단 자율주행 전기차를 제조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고 전했다. 2024년부터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최종 출시 시점은 더 늦춰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의 관심은 구체적인 협업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공급 여부가 관건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애플에 E-GMP를 공급하면 현대차그룹은 규모의 경제를 이뤄 글로벌 전기차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아니라 기아가 나서는 것에 대해선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자체 전기차 브랜드인 아이오닉을 내놓은 상황”이라며 “애플 전기차를 수탁생산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에 비해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아가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두 회사가 힘을 합치면 현대차·기아는 자동차 소프트웨어 부문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고, 애플은 하드웨어 부문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윈윈(win-win) 효과’가 기대된다.
일각에선 기아가 단순히 생산기지 역할만 할 경우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애플이 스마트폰 생산 과정에서는 협력업체에 큰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게 근거다. 김태우 KTB자산운용 대표는 그러나 “스마트폰과 자동차는 다르다”며 “현대차그룹이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다른 완성차 업체와 손을 잡을 것이란 가능성도 있지만 그 역시 현대차·기아에 손해는 아니라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애플의 제안만으로도 현대차·기아의 미래차 비전에 대한 의구심이 확신으로 바뀌게 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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