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학 농협중앙회 본부장(사진)이 2년간 농협은행을 이끌 자기 행장에 오른다. 지난달 김광수 농협금융회장이 임기 도중 사임한 후 은행연합회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 3월 선임된 손병환 행장이 김 전 회장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농협금융 회장 후보로 추천되면서 이뤄지는 연쇄 인사다.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은 31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각각 열고 권 본부장을 농협은행장으로 선임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이날 오후 농협은행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이 이뤄질 예정이다. 권 내정자의 임기는 2021년 1월 1일부터 2년 간이다.
권 내정자는 경기 평택 출신으로 1989년 농협 평택군지부에 입사해 경력을 시작했다. 경기 지역본부 금융지원팀장과, 농협은행 수원 권선동 지점장, 평택시 지부장, 경기영업본부 마케팅부장을 지냈다. 지난 2018년에는 농협은행 경기영업본부장(부행장급)을 맡은 뒤 현재 농협중앙회에서 기획조정본부를 이끌고 있다.
농협금융은 차기 행장을 뽑기 위해 ‘속도전’ 인사를 했다. 손병환 행장이 농협금융 회장에 오르기로 결정되면서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지난 29일 최종 후보군을 좁혔고, 이날 임추위에서 일사천리로 차기 행장을 선정했다. 손 회장의 임기도 내년부터 시작되고, 농협캐피탈과 저축은행 등의 계열사 대표이사(CEO)나 지주 부사장, 앞서 선임된 농협은행 부행장도 새해부터 임기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권 신임 행장은 금융계 화두인 디지털 전환(DT)과 자산관리(WM)에 전문성이 있는 인물로 꼽힌다. 2016년부터 농협은행 퇴직연금부, 개인고객부(부장)를 이끌면서 국내 은행권 최초의 퇴직연금 전용 로보어드바이저 ‘NH로보-PRO’를 출시했고,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대응하기 위한 농협은행의 전략을 마련하는 작업도 주도했다. 이 시절 농협은행의 퇴직연금 수탁고를 크게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연금 운용수익률 및 성장률 1위를 달성하고 여수신 손익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권 내정자는 낙생농협(성남시) 3선 조합장을 지낸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의 최측근 인맥으로 알려졌다. 중앙회의 핵심 보직 중 하나인 기획조정본부를 맡아 농협 안팎에선 권 내정자를 일찌감치 은행장 최고 유력 후보로 꼽아왔다. 일각에선 권 행장 선임 이후 이 회장의 ‘친정체제’가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농협금융도 내부 출신인 손 회장이 취임하기 때문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시대가 요구하는 DT 혁신과 고객관리 및 영업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인사”라며 “농협중앙회에서도 요직을 맡아 범농협 계열사간의 시너지를 이끌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1963년 경기 평택 출생
△1989년 농협중앙회 입사
△2009년 농협중앙회 경기기획총무팀장
△2013년 농협은행 평택시지부장
△2015년 경기영업본부 마케팅부장
△2016년 퇴직연금부장
△2017년 개인고객부장
△2018년 경기영업본부장
△2020년 농업·공공금융부문장
△2020년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
△2021년~ 농협은행장(임기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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