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는 왜 단기 성과주의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할까. ‘사람이 너무 자주 바뀐다’는 점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임기는 해외에 비해 너무 짧고, 금융당국도 순환인사를 이유로 보험 담당자를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있다. 이런 ‘단명 풍토’가 보험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27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3~2018년 국내 보험사 CEO의 재임 기간은 평균 35개월로 분석됐다. 생명보험사는 37개월, 손해보험사는 30개월이었다. 올해 국내 보험업계에선 10년 안팎 재임한 장수 CEO가 대거 퇴진했다. 차남규 전 한화생명 부회장, 이석영 전 현대해상 부회장 등이 물러났고, 홍봉성 라이나생명 사장은 연말까지만 일한다. 대다수 전문경영인의 임기는 길어야 3~4년 정도다.
금융지주 또는 대기업 계열에서는 보험사 대표 자리가 ‘커리어를 쌓거나, 거쳐가는 자리’로 인식되기도 한다. 바짝 단기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게 하는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에는 5~10년 이상 재임하는 CEO가 많다”며 “나중에 자기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상품 설계와 서비스 품질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영진의 보수체계도 장기적 안목으로 경영할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보험사 임원 보수에서 기본급 비중은 68%에 달한다. 반면 미국 보험사는 73%가 장기 분할지급되는 성과급이다. 한상용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보험사 CEO의 장기 재임 기회를 늘리고, 보상체계에서 성과보수 비중도 높여야 한다”며 “성과가 나쁘면 이연 지급분을 축소 또는 환수하는 조항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선 영업현장의 보험설계사도 절반가량이 1년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설계사로 등록해 1년 뒤에도 계속 남아 있는 비율(13회차 등록정착률)은 생명보험사가 평균 41.2%, 손해보험사는 56.6%에 그치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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