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 호텔과 리조트 등 숙박시설의 이용률을 50% 이하로 제한하면서 호텔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차에, 연말·연초 대목까지 날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22일까지 예약률 50%를 넘긴 호텔들은 “어떤 기준으로 ‘취소 대상자’를 골라내야 하느냐”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4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전국 호텔과 리조트,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시설에 대해 객실의 50% 이하로 예약을 제한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미 예약률이 50%를 넘는 곳은 예약자들에게 취소 안내를 해 예약률을 조정해야 한다.
호텔업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특급호텔들은 코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와 연말 성수기를 맞아 예약률 50%를 넘긴 곳들이 많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고 정부가 5인 이하 모임 금지 등의 지침을 내놓으며 예약 취소 문의가 많긴 했지만, 여전히 주말과 연휴는 예약률이 60%를 웃도는 수준”이라며 “설악과 제주 등 지방 호텔과 리조트는 예약률이 80% 안팎인 곳도 많다”고 말했다.
당장 문제는 예약률 50% 이하를 어떻게 만드느냐다. 방법에 따라 예약 취소 통보를 받은 소비자들에게서 불만의 목소리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것이 호텔업계의 우려다. 당장 SNS를 통해 네티즌들은 "호텔들이 저가 룸부터 예약을 취소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성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국내 관광객들에게 인기있는 시그니엘 서울 등을 보유한 국내 최대 호텔 체인 롯데호텔이 먼저 지침을 내놨다. 가장 나중에 예약한 사람들부터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고객 대응 부서에서 취소 양해 전화를 하고 있는데 정부 지침인 만큼 예약자들도 수긍하고 있다”며 “혹시라도 투숙 날짜를 미루기 원하면 수수료 없이 처리해준다”고 말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예약자들의 투숙 의향을 한 번 더 묻기로 했다. 자사의 호텔과 리조트 총 16곳 중 예약률이 50% 이상인 곳을 추려내 해당되는 모든 예약자들에게 취소할지 여부를 물어봐 자발적 취소 건수를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예고없던 정부의 발표에 대다수 호텔들은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다. 정부 지침 이후 예약 취소 문의가 쏟아지고 있어 예약률이 자연스럽게 50% 밑으로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곳도 상당수다. 서울 시내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업계 사람들이 뉴스를 보고 정부 발표 내용을 알았다”며 “비상 상황인 만큼 사전에 언질만 해줬어도 예약률 등을 조정할 수 있는데 갑자기 폭탄을 투하한 격”이라고 호소했다.
사실상 ‘호텔에 가지 말라’는 정부 지침을 놓고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호텔들은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연간 최대 대목인 크리스마스와 연말은 마지막으로 실적을 낼 수 있는 시기다. 호텔마다 방역 강화 및 프라이빗 콘셉트의 상품을 출시해 연말을 조용히 보내려는 사람들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표현만 안 했을 뿐이지 호텔을 '셧다운'시킨 것”이라며 “그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마다 정부 지침을 성실히 따르고 방역에 큰 금액을 투자했는데, 이번 지침으로 매출에 큰 손실이 갈 것”이라고 염려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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