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시장이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지난주 국내 시세가 34개월 만에 2000만원을 찍었다. 올 들어 2.5배로 오르면서 주식, 채권, 금, 구리 등 모든 자산의 수익률을 앞질렀다.
가상화폐를 다시 달아오르게 한 주역은 대형 금융회사와 글로벌 기업들이다. 싱가포르상업은행(DBS), 페이팔, 페이스북 (NASDAQ:FB) 등의 디지털 자산 관련 신사업 진출이 이어지면서 시장의 기대를 키웠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간도 빼놓을 수 없다. JP모간은 자체 개발한 가상화폐 ‘JPM코인’의 상용화에 들어갔다. 세계 큰손 고객들이 각종 대금을 지급하는 데 JPM코인이 쓰일 예정이라고 한다. JP모간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을 금과 경쟁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대안자산’으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대기업의 비트코인 채택이 증가함에 따라 가상자산과 금의 격차가 이른 시일 안에 좁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JP모간을 이끄는 제이미 다이먼 회장이 지난 18일 뉴욕타임스 콘퍼런스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나는 비트코인에 관심이 없다. 내 취향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금, 달러, 미국 국채보다 나은 투자처라고 믿으며 비트코인을 산다”며 “그런 사람들은 그냥 내버려두라”고 했다. JP모간의 행보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어리둥절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큰손들의 시장 진입에 ‘과도한 의미 부여’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는 “JP모간이나 페이스북 입장에서 디지털 자산은 비즈니스의 일부일 뿐이고, 돈이 안 되면 얼마든지 털어버릴 것”이라고 했다. 대형사의 자금이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지만, 거품을 만드는 요인일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이 자산으로서 모든 투자자에게 인정받을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라며 “특히 금을 대체할 수 있는지는 더욱 불확실하다”고 했다.
다이먼 회장은 3년 전 랠리 때도 “비트코인은 사기다. 결국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가상화폐의 미래를 밝게 보지 않는다. 이날도 “각국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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