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로 예정되었던 345억 달러(약 39조원) 규모의 앤트그룹의 상장이 무기한 연기되었다. 앤트그룹의 상장 연기는 앤트그룹 경영진과 중국 금융당국의 면담 이후 결정되었는데, 마윈의 중국 정부 금융정책 비판에 따른 보복성 결과라고 시장은 추정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2014년 11월 후강퉁 실시 이후 해외 투자자에 대한 금융시장 개방을 가속화했던 중국 정부의 행보에 배치되며, 중국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던 서방 투자자들을 실망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앤트그룹의 상장 연기 이후 상하이증시는 1.26%, 선전증시는 2.17% 상승하였고, 당일 8% 이상 하락했던 알리바바홀딩스(나스닥 상장 ADR)는 이후 사흘에 걸쳐 낙폭을 3.5%까지 줄였다.
이러한 결과는 앤트그룹의 상장연기가 중국 증시 신뢰도의 심각한 훼손으로 연결되지 않을 뿐 아니라,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술 독립 과정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유효함을 의미한다. 또한 앤트그룹의 상장 재추진은 물론 향후 중국 증시 또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앤트그룹이 가지는 상징성 때문이다. 전세계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앤트그룹은 중국 금융의 특수성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앤트그룹은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지분 100%)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앤트그룹 매출 중 알리페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36.1% 수준이며, 개인신용 스코어링 서비스인 Credit tech(39.7%)와 일종의 펀드 슈퍼마켓인 Investment tech(15.7%) 사업부문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서방 금융과 차별화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중국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상장후 시가총액은 JP Morgan(3,138억 달러)과 비슷한 수준의 세계 최대 금융기업으로 평가받았다. 중국 정부가 이러한 앤트그룹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은 매우 낮다.
둘째, 중국 정부의 기술, 성장 업체에 대한 육성 의지이다. 알리바바, 바이두와 같은 대표적인 중국 IT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상장되어 있으며, 텐센트도 본토가 아닌 홍콩시장에 상장되어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중국정부는 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있는 IT, 바이오, 신소재 관련 기업들을 상하이, 선전증시에 상장시키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상하이시장 과창판(科創板)과 선전시장 창업판(創業板)이 대표적이다. 이들 시장은 ①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상장 요건 전환, ② 차등 의결권 인정을 통한 경영권 보장, ③ 적자기업에 대한 기술특례상장 도입 등을 통해 유망 자국 기업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7월 SMIC의 홍콩 및 상하이 과창판 동시 상장, 11월 앤트그룹 상장 추진은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 속에서 진행된 것이다.
특히 2018년부터 불거진 미국과의 무역분쟁에 따라 기술 독립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면서, 자국 성장 기업을 적극 육성하는 정책을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이와 같은 중국 정부의 기술주 육성 정책에 대해 글로벌 투자자들은 여전히 기대감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셋째,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에 따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중국 시장에 대한 우려를 해소시킬 수 있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은 지속될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 시절과는 달리 보다 유연한 형태가 예상된다.
미국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서 시장은 선거의 종료를 불확실성의 해소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에서 재정정책이 합의되고 다시 한 번 대규모 유동성이 공급될 경우, 달러 약세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선진국 증시보다는 신흥국 증시의 좋은 성과가 기대되는데, 특히 독보적으로 양호한 경제지표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 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앤트 그룹 상장 무기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금융시장 개방 방향성과 경제 펀더멘탈을 고려하여 중국 증시에 대한 관심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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