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국회에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가 있었다. 21대 국회 개원 이후 고용부를 상대로 한 첫 국감이었다. 이날 언론의 관심은 이재갑 고용부 장관의 입에 쏠려있었다. 이런 배경에는 앞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기업규제 3법'에 찬성한다면서 이와 더불어 노동개혁 입법도 같이 처리해야 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노동개혁 주무부처 장관이 노동개혁 필요성에 대한 견해를 내놓을지, 아니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발언을 재확인할지 들어볼 기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12시간 가까이 진행된 환노위 국감에서는 노동개혁과 관련된 질의는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굳이 찾자면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전 질의에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한 국내법 개정도 필요한데 고용부도 잘 챙기기 바란다"는 '당부' 정도였다.
오후 들며 분위기는 달라지는 듯 했다. 오후 국감이 속개되자마자 환노위 야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했다. 주제도 노동개혁이었다. 하지만 발언 내용을 뜯어보면 뜨악하기 그지 없었다.
국감 이후 출범할 국민의힘 노동개혁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진 임 의원 발언의 요지는 이렇다.
"우리 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은 해고를 쉽게 하자는 게 아닙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고 다층적인 보호가 필요해진 노동자를 위한 것입니다. 파견법은 김대중 정부에서, 기간제법은 노무현 정부에서 당시의 시대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결과적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했습니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여야가 함께 논의하자는 것이니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김 위원장의 노동개혁 발언 이후 만 하루만에 여당이 '논의 불가'를 선언하고, 양대 노총이 강력 반발하자 진화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임 의원의 발언은 앞서 김 위원장의 발언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더욱이 정부는 연내 ILO 핵심협약 비준과 그를 위한 노조3법 개정을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한 마당이다. 해고자와 실직자의 기업별 노조 활동을 보장하고, 공무원·교원의 노조원 자격 인정 범위를 넓히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에 대해 경영계에서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고 노동권을 국제 규범에 맞게 강화하되, 그에 상응하는 방어권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파업 시 대체근로 일부 허용, 노조법 상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노사 형평성 마련 등이다.
정부와 여당은 정해진 시간표대로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 노조법 개정을 진행하고 있다. 그렇기에 여당 입장에선 야당과 마주앉은 국감장에서 이 문제를 굳이 이슈화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야당의 경우는 다르다. 관련 입법의 문제는 없는지 점검하고, 노동개혁 대상은 취약 노동자가 아니라 과보호받고 있는 대기업·공공부문 기득권 노조라고 주장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감 이후 야당 내부에서도 준비부족을 인정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환노위 소속 한 야당 관계자는 "노동개혁과 관련해 사실 국민의힘 내부적으로도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다"며 "국감 이후에나 내부 토론을 거쳐 당론이 모아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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