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장마와 태풍 영향으로 배춧값이 급증하면서 김장을 포기하는 '김포족'이 늘고 있다. 출처=뉴시스 |
[이코노믹리뷰=편은지 기자] ”과일채소 파는 곳에 갔다가 배추 가격을 물어보니 3개 들어있는 1망이 6만원이랍니다. 너무 비싸다고 했더니 하나 당 1만8000원에 들여온다고 하네요. 고춧가루도 비싸고 배추도 금배추고...올해 김장이 걱정입니다“
최근 맘카페에 게시된 한 주부의 하소연이다. 배추를 싸게 살 수 있는 구매처를 묻거나 김장을 걱정하는 글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올해 역대급 장마로 작황이 부진해 배춧값이 훌쩍 오른데 이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까지 장기화하면서 김장을 포기하는 ‘김포족’도 적지 않다. 포장김치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1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배추 1포기 소매 가격은 평균 1만418원으로 1년 전(7541원)보다 38.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0kg 도매가격도 평균 2만2180원으로 1년 전(1만7640원)보다 25.7% 증가했다. 평년 가격과 비교하면 소매가격은 92.9%, 도매가격은 83. 9%까지 뛰었다.
이는 올해 여름 역대급으로 길었던 장마와 태풍 영향이다. 날씨가 좋지 않아 배추 품질이 낮아지고 수확량은 줄었는데, 김장철이 다가오며 배추 수요가 늘다보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이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배추’가 아니라 ‘금(金)추’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배추 가격이 오르자 무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지난 8일 기준 고랭지무 상품 1개당 평균 소매가격은 3872원으로, 지난해 2630원, 평년 2454원과 비교하면 각각 47%, 57% 뛰었다. 이는 평년보다 1.5∼1.6배 높은 수준이다.
이렇다보니 올해는 김장을 포기하고 포장김치를 사먹으려는 사람이 폭증했는데, 포장김치 마저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 대상 '종가집'의 온라인 쇼핑몰 정원e샵에 김치 상품이 모두 일시 품절된 모습. 사진=정원e샵 홈페이지 캡쳐 |
김치 시장 1위 브랜드인 대상(001680) '종가집' 공식 쇼핑몰인 정원e샵은 아예 포기김치를 팔지 않고 있다. 대상은 "올해 장기적인 장마와 태풍으로 농산물 작황에 피해가 급증하는 가운데 한정 수량으로 포기김치를 판매했지만, 품질 저하로 공급량이 부족해 판매를 한시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포장김치 업계 2위인 CJ제일제당(097950)의 비비고 김치도 마찬가지다. CJ제일제당 공식 온라인몰인 CJ더마켓에서도 비비고 썰은배추김치 1.8㎏(1만8800원)과 비비고 백김치, 비비고 열무물김치 등은 모두 품절 상태다.
반찬가게에서는 마지못해 가격을 인상했다. 경기 안산시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A씨는 배춧값 상승으로 김치 가격을 올렸지만, 단골손님들의 성화에 가격을 조금만 올리기로 했다.
A씨는 ”기존 배추 한 포기 1만원, 작은 포기 5000원에 팔았었는데 배춧값이 올라 1만5000원으로 올렸더니, 단골손님들이 비싸다고 해서 1만2000원으로 다시 내렸다“며 ”이마저도 담그자마자 다 팔려버려서 지금은 예약 손님으로 꽉 차있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배추를 비롯해 전체적으로 폭등한 채솟값이 가을배추 수확 시기인 10월 말에서 11월 초쯤이면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농산물 작황 피해로 김장을 앞두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확실한 정상화 시점은 알 수 없지만, 다음 달 중순에는 생산 물량에 차질이 덜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