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이 자국 하원의 견제에 이어 유럽에서도 엄격한 시장 반독점 규제의 덫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유럽이라는 외부의 공격에 미국 내부에서 자국 실리콘밸리 기업에 대한 규제 속도조절에 들어갈 수 있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 왼쪽부터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팀 쿡 애플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출처=뉴시스 |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외신은 1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이 관계 부서를 통해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대한 매출 및 시장 점유율 조사를 단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특별 관리 대상을 선정할 것이라 보도했다. 특히 시장을 독점해 다른 기업의 업계 진출을 막는 방안을 들여다 볼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EU가 특별 관리 대상을 선정해 관련 법률을 새롭게 입안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여기에는 강제 기업 분할 명령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및 애플, 아마존 등은 자국에서의 압박에 이어 유럽이라는 외부의 압박까지 받게 됐다.
이에 앞서 민주당 주도의 미 하원은 6일(현지시간) 보고서를 발행하며 아마존과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에 제동을 걸었다. 하원 법사위 산하 반(反)독점소위가 공개한 449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는 각 빅테크 기업들의 과도한 시장 지배력을 우려하는 한편, 필요하다면 플랫폼의 분리가 필요하다는 파격적인 내용도 담겨있다.
한 때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였던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이 쏘아올린 빅테크 기업에 대한 견제구가 실체적인 보고서로 등장해 실리콘밸리에 대한 강한 조이기에 들어간 셈이다. 여기에 EU까지 가세하며 상황은 더욱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EU가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에 대한 압박에 들어갈수록, 오히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 출처=뉴시스 |
현재 미국은 유럽과 무역분쟁과 디지털세 논의 등 다양한 전선에서 충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EU는 전통적으로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압박했고, 미국은 자국 기업의 보호를 위해 다양한 방어전략에 나서는 장면이 연출됐다.
미 실리콘밸리 기업에 자국 시장 점유율이 잠식당하는 유럽이 당분간 공격을 멈출 가능성은 낮으며, 미국은 외부의 전투에서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지원하는 그림이다.
이 지점에서 미 민주당 주도의 자국 빅테크 기업 압박기조가 나오고 있으나, EU라는 외부의 공격이 무역분쟁과 디지털세 논란을 오가며 벌어지는 상황이 선명해지는 장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이유로 미 하원 주도의 빅테크 기업 쪼개기 로드맵이 나왔으나, 유럽의 공세가 심해질수록 미 의회는 물론 행정부를 중심으로 '일단은 빅테크 기업을 보호하자'는 기류가 생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 하원의 보고서가 당장 빅테크 기업을 쪼개는 수준의 파격적인 조치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실제로 미 하원 보고서가 등장한 후 로이터는 "당장 미 정부가 빅테크 기업의 분할을 시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평하기도 했다.
결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압박 속도조절 가능성이 열린 상태에서 EU가 무역분쟁과 디지털세 논의, 실리콘밸리 기업의 세금 포탈 논란을 제시할 경우 미 하원도 무조건 자국 실리콘밸리 기업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