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월10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달러/원 환율이 금통위를 소화하면서 하락압력을 키웠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0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50%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9개월째 현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이같은 결정 직후 환율의 첫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오히려 소수의견 추가와 비둘기파적 기자회견을 염두해둔 환율의 반등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통해 추가 소수의견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아울러 총재의 다소 매파적인 스탠스가 전해지면서 환율은 장중 10원 이상 속락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현재 1.5% 금리는 충분히 완화적이며 이에 대해 일관된 생각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경기상황에 대해서 이 총재는 "소비, 설비투자가 2월 중에도 기대에 못 미쳤으나 부진의 정도는 1월보다 다소 완화됐다"면서 "내수의 흐름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과 한국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많은 불확실성에 둘러싸여 있다고 언급했지만, 환시 반응을 볼때 추가 금리인하 시그널을 찾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A은행의 외환딜러는 "현 금리수준이 충분히 완화적이라는 표현이 시장이 충분히 매파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근거를 제공했다"면서 "이번은 아니더라도 조만간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에 결국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B은행의 외환딜러는 "달러/엔 상승 및 국내에서의 외인 증시 순매수 등의 상황 하에서 금리동결과 호키쉬한 멘트까지 가세하자 일제히 달러 매도에 나섰다"고 말했다.
C은행의 외환딜러는 "지난달 금통위 이후 달러/원 환율이 크게 올랐던 경험이 있다. 이에 대한 기대감이 만만치 않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외환시장의 흐름을 쫓아가보면 이날의 비교적 과격한 조정 분위기는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나홀로 원화 약세 이후 이달들어 적극적인 조정을 겪은 이후 외환시장 내에선 1200원을 중심으로 한 단기바닥 인식이 부상했다.
이에 대외여건도 리스크 오프 사이드가 부각되는 가운데 역내에선 결제 수요가 단연 우위를 점했다.
전일에는 일부 외은들의 달러 매수 재개에 시장참가자들은 긴장감의 수위를 올렸고 일각에선 배당금 역송금을 우선 처리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정도 나오는 등 결국 다시 매수심리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이날 대내외 증시, 유가 및 양호한 중국 지표등이 롱심리를 일차적으로 타격한 가운데 금통위 결과가 결정타를 날렸다.
D은행의 외환딜러는 "전반적으로 위험선호심리가 부상했고 이에 금리동결과 소수의견 유지 등이 롱의 힘을 꺾어 놓았다. 단기바닥 인식 속 전일 재개된 역외 매수에 환율 추가 상승에 힘이 실리며 캐리가 롱으로 넘어왔는데 이날 다 엎어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1200원 부근으로 시장이 추가로 조정 받을 여지도 있다고 본다"면서도 "시장심리 및 수급업체들의 대응 그리고 아직 단정짓기 어려운 대외 여건등을 감안할 때 1200원 아래는 어려울 수 있다. 당분간 1200-1220원을 중심으로 한 레인지 장세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편집 장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