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일본 정부가 일부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한지 열흘이 지났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판결 이후 일본이 통상압력 절차에 착수하면서 국내 최대 수출 업종인 반도체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기도 했다.
SK하이닉스가 10나노미터 중반의 미세공정 기술로 생산한 16Gb 용량의 'DDR5 D램'. [사진=SK하이닉스] |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SK하이닉스는 전장 대비 2600원(3.57%) 오른 7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 주가가 종가 기준 7만5000원대에 도달한 것은 지난 5월9일 이후 약 두달 만이다.
최근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3거래일 동안 상승률은 10%를 상회한다. 일본의 제재가 공식화된 이후만 놓고봐도 8%대 수익을 거뒀다.
사실 SK하이닉스는 4월19일 장중 8만2400원을 터치한 이후 두달 넘게 조정이 진행 중이었다. 2분기 실적이 전 분기 대비 50% 가까이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주가를 끌어내린 것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이슈가 불거진 7월1일을 전후해 주가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SK하이닉스 연중 추가 추이 [자료=키움HTS] |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반도체 재료 수출 규제가 국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끼치는 실제 영향 여부와 관계없이 수요자의 심리적 불안감을 자극했다”며 “수요자들이 향후 규제 영향에 대비해 일단 재고를 늘리는 방향으로 구매 전략을 바꾼 것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장기간 하방 압력이 이어지던 D램 현물 가격이 최근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 대표적이다. 9일 D램익스체인지 기준 D램 현물가격은 1년 7개월만에 처음으로 상승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 완화 영향으로 스마트폰 수요가 개선되는 가운데 PC CPU 시장에서도 인텔과 AMD 경쟁 심화로 수요 확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수출 규제를 빌미로 D램 공급 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감산과 보완 투자 지연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공급감소가 본격화되면서 유통 재고의 감소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D램 가격 동향 [자료=DRAMeXchange,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
7월 들어 외국인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 주식 2486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같은 반도체 업종이자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5887억원)에 이은 2위 기록이다. 특히 일본이 수출 규제 품목을 확대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이번 주에만 1890억원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소재 규제로 일부 생산차질이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장기화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판단된다”며 “일부 언론을 통해 군사용이 아닌 반도체 소재 규재를 완화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3분기부터 낸드 업황 회복세도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주가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메모리 업황 개선에 대한 시장의 선제적 대응이 마무리되고 실적 둔화 부담이 재부각될 경우 추가 상승이 제한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재고자산의 변화가 가장 중요한 변수지만 단기적으로 실적 둔화라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산업과 한국의 메모리 패권 유지에 대해선 여전히 긍정적이다”면서도 “마이크론 대비 실적 하락 속도가 상대적으로 가파르고, 일본의 수출 규제 역시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구체적인 D램 수요 반등 시점을 예상하기 어려운 시점”이라며 “낸드 적자 규모 축소에도 3분기 D램 가격 하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당분간 보수적인 접근이 유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