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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들, 미중 갈등 등 경기불안에 잇단 금리인하 태세

입력: 2019- 07- 08- 오후 06:00
© Reuters.

트럼프 美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꾸준히 금리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 여러 번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 해임권을 언급한 것도 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금리 인하’ 압박하는 트럼프 美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Fed의 금리 정책을 놓고 꾸준히 불만을 표시해 왔다. 지난달 24일엔 트위터에 “Fed는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이어 “작년 Fed가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다면 미국 경제 성장률은 4~5%까지 올랐을 것이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지금보다 수천 포인트는 높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6일엔 폭스비즈니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파월 의장)는 미국이 중국 등과 경쟁할 수 있도록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美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이 발언한 배경 중 하나는 최근 여러 국가가 금리 인하를 단행해서다. 지난 5월엔 뉴질랜드와 말레이시아, 아이슬란드 등이 금리를 내렸다. 호주는 지난달과 이달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연 1%로 낮아졌다. 필립 로 호주 중앙은행 총재는 “무역과 기술 분쟁으로 초래된 불확실성이 투자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이는 세계 경제의 하강 국면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며 금리 인하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주요 지역 중엔 금리를 더 내릴 여지가 없어 기존의 낮은 금리를 유지하기로 한 곳도 여럿이다. 유로화를 쓰는 유로존은 내년 상반기까지 유로존 기준금리를 기존 수준인 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달 18일 유로존 경제 상황에 따라 양적완화 정책 등 추가 경기 부양책을 활용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20일 단기정책금리를 -0.1%로 동결하기로 했다.

“저금리 펼치면 무역경쟁력 커진다”는 게 이유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국가들이 저금리 정책을 펼치면 미국도 무역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등이 미국과 ‘환율 전쟁’을 벌이려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와중에 파월 의장이 너무 순진하거나 아둔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불만이 큰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미국 경기 성장세가 둔화된 것도 미국에서 금리 인하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경기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상당한 상태다. 지난달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미국과 중국 정상이 ‘당분간 휴전’에 합의했지만 아직 무역협정이 체결된 것은 아니라서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란 위기 등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각종 지정학적 위험도 커지고 있다. 그간 호조이던 각종 지표도 둔화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미국 신규 고용 인원은 7만5000명으로 전월보다 줄었다. ‘침체 신호’로 여겨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국채 3개월물과 10년물의 수익률 역전)’도 심화되고 있다.

Fed도 금리 인하 ‘깜빡이’…시기에 관심

Fed는 그동안 요지부동이었다. 파월 의장은 “아직은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 위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통화정책은 개별 경제지표나 단기 심리 변동에 과민반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Fed가 백악관의 금리 인하 요구를 곧바로 따를 경우 중앙은행 독립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해 버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월 의장은 최근 “Fed는 단기적 정치 압력으로부터 영향받지 않는다”며 “통화정책이 정치 이익에 휘둘리게 되면 타격을 받기 때문에 그런 일이 없도록 의회가 규정해놨다. 이것을 ‘독립성’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Fed도 최근 들어 금리 인하 쪽으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지난달 19일 FOMC 개최 후 낸 성명서에서 금리 인하 준비가 됐음을 시사했다. 지난 1월부터 강조해온 ‘통화정책에 대해 인내심을 보이겠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경기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졌으며 확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할 것”이라는 표현은 새로 넣었다.

금융업계에선 이제 미국 금리는 인하 여부가 아니라 인하 시점과 횟수가 문제라고 보고 있다. 지난달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FOMC 위원 17명 중 8명은 연내 금리를 한 차례 인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중 7명은 연내 2회 인하를 전망했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의 설문조사에선 응답자 중 40%에 가까운 이코노미스트들이 이달 중 Fed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NIE 포인트

세계 각국이 금리를 내려 ‘환율 전쟁’을 벌인 사례를 찾아보자.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생각해보자. 중앙은행 방침이 정부 입장과 다를 경우 양측이 어떻게 조율하는 게 바람직할지 토론해보자.

선한결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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