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 등 전자 계열사에 이어 24일엔 삼성물산 등 비(非)전자 계열사 경영진을 만나 ‘사업 확장’과 ‘혁신’을 주문했다. 내부 결속을 다지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세 번째)이 24일 서울 상일동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옥을 방문해 경영진과 간담회를 한 뒤 구내식당에서 임직원들과 점심을 먹고 있다. /삼성물산 블라인드 캡처
3년5개월 만에 건설 경영진 만나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상일동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옥을 방문했다.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등과 함께 건설 설계·조달·시공 원스톱 서비스(EPC) 전략과 비전에 대한 간담회를 했다. 이 부회장이 건설부문 계열사 경영진과 만난 건 2016년 1월 5일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공동 시무식 이후 약 3년5개월 만이다. 그는 간담회가 끝난 뒤 삼성물산 사옥 내 구내식당을 찾아 임직원들과 점심을 함께 먹었다.
간담회에선 건설부문 계열사의 글로벌 사업 수행 경험과 기술을 기반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중동 지역 미래 산업 분야에서 삼성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협력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우디에서 사업 기회 찾아야”
이날 간담회는 26일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의 만남을 앞두고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빈 살만 왕세자는 ‘탈(脫)석유 경제’ ‘미래 선도기술 투자’ ‘극단주의 탈피’ 등을 기조로 하는 사우디 국가개혁 프로젝트 ‘비전2030’에 관여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신도시 ‘네옴’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옴 프로젝트는 사우디 정부가 565조원을 쏟아부을 정도로 공들여 건설 중인 ‘미래형 신도시’다. 도시 전체가 신재생에너지로만 운영된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세계 최고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등 비전자 계열사의 역량 강화 조직인 ‘EPC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할 정도로 이 분야에 관심을 쏟고 있는 삼성으로선 ‘놓쳐서는 안 되는’ 프로젝트다.
이 부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기회를 현실화하려면 기존의 틀을 깨야 한다”며 ‘혁신적 전략’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내부에선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라서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당부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 계열사로 보폭 확대할 듯
이 부회장은 지난 1일 삼성전자 DS(반도체·부품)부문 경영진을 만나 “단기적인 기회와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마라”고 주문한 이후 각 사업 부문 경영진과 다섯 차례 간담회를 열었다. “어떤 경영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말고,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하라”(6월 14일 IT·모바일부문 간담회) 등의 발언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이 부회장이 앞으로 금융 계열사로 보폭을 확대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경제계 관계자는 “안팎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선 모든 삼성 계열사들이 역량을 결집해야 할 상황”이라며 “조만간 금융 계열사 경영진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황정수/고재연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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