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경제 살리기를 위해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게 ‘달러 약세’와 ‘금리 인하’입니다.
달러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올라왔습니다. 작년 10월부터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달러는 홀로 강세를 이어왔습니다. 달러인덱스(DXY)는 작년 9월20일 93.91에서 작년 말 97대까지 올랐습니다. 미국 경제가 흔들리는 유럽 일본 등에 비해 괜찮다는 관측 덕분이었습니다.
너무 올랐다는 분석도 많았지만, 올해도 예상외의 강세가 이어졌습니다. 덕분에 원화는 지난달 말 1달러당 1200원대까지 위협을 받았습니다.
기준금리도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이 올해부터 금리를 동결하고 있지만, 여전히 월가 일부에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Fed가 한 두차례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주기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신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일주일새 상황을 완전히 뒤바꿔 원하는 ‘달러 약세’와 ‘금리 인하’를 두 가지를 모두 얻어내게됐습니다.
지난달 30일 갑작스레 발표한 멕시코에 대한 관세 협박이 이를 얻어낸 결정적 한 수입니다.
달러인덱스(DXY)는 4일(현지시간) 97.13으로 떨어져 전장보다 0.01% 내렸습니다. 지난달 30일 장중 98.28을 기록한 이후 나흘 연속 하락했으며 그새 1% 가량 떨어졌습니다. 사진=UPI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제품에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한 지난달 30일부터 나흘 연속 달러 약세가 이어진 겁니다.
달러가 돌연 약세로 돌아선 건 투자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 관세 폭탄에 미국 경제도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월가의 한 투자자는 “멕시코에 대한 관세 위협은 실제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도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란 생각을 굳혀줬다”고 말했습니다. 경제와 시장의 가장 큰 적은 불확실성입니다. 경기사이클 막판에 들어선 미국 경제에 닥친 이런 불확실성이 지금까지의 성장 경로를 무너트릴 수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멕시코로부터 수입하는 상품은 한해 3600억달러에 달합니다. 이제까지 관세를 매긴 중국산 상품 2500억달러 규모보다 더 많습니다. 사진=AFP
이날은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돌아섰습니다. 지난 2일 CBS방송 ‘60분’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는 좋은 지점에 있고 경제 전망도 양호하다. 금리 정책 변화를 서두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했던 파월 의장은 이날 시카고연방은행 주최 콘퍼런스에서 “최근 높아지는 무역 긴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경제 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처음으로 금리 인하를 시사한 겁니다.
덕분에 다우 지수는 512.40포인트(2.06%) 급등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14%, 나스닥은 2.65% 올랐습니다.
달러도 파월 의장의 발언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며 소폭 내림세를 이어갔습니다. 전날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의 “금리 인하가 곧 보장될 것”이란 발언에 예방주사를 맞고 미리 하락한 덕분에 덜 떨어진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멕시코 관세 위협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두가지를 얻어낸 것일까요. 그리고 이 두가지를 통해 무역분쟁 속에서도 미국 경제의 불꽃은 살려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침 영국에서 테레사 메이 총리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멕시코 관세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관세 인상 가능성은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관세를 부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매월 그 관세는 5 %에서 10 %에서 15 %에서 20 %로, 그리고 25 %로 올라갈 겁니다.
그러면 미국을 떠나 멕시코로 간 모든 미국 기업들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건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관세 위협은 즉흥적인 아이디어는 아닌 것 같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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