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다소 개선되는 조짐을 보였던 소비심리가 이달 들어 크게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심리지수(CCSI) 하락폭이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기업들의 경기 전망도 석 달째 내리막을 걷는 등 경기주체들의 체감경기가 뚜렷하게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5월 CCSI가 97.9로 전달보다 3.7포인트 떨어졌다고 28일 발표했다. CCSI는 소비자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 이하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낙관적으로 보는 소비자보다 많다는 의미다. CCSI가 지난해 11월 95.7 이후 5개월간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지난달 100을 넘자 일각에선 ‘소비심리가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 부진에 미·중 무역분쟁 심화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더해지자 소비심리는 다시 급랭했다. 이달 하락 폭은 작년 7월(4.6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CCSI를 구성하는 6개 항목은 일제히 하락했다. 현재경기판단CSI(69)는 5포인트, 향후경기전망CSI(75)는 6포인트 하락하며 경기 상황에 대한 불안을 반영했다. 가계 수입과 취업도 부진할 것으로 봤다. 가계수입전망CSI는 97로 2포인트, 취업기회전망 CSI는 80으로 3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물가는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물가수준전망CSI는 145로 전월보다 3포인트 올랐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데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품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기업의 경기 전망도 부진했다.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의 6월 전망치는 89.5였다. BSI 전망치는 2월 81.1에서 3월 97.0으로 뛰었지만 이후 3개월 동안 내리막을 걸었다. 작년 5월 이후 13개월째 100을 밑돌고 있다. 5월 실적치는 94.5로 전월(93.9)보다 상승했지만 49개월 연속 100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고용전망은 94.5로 2000년 7월(94.3) 후 18년10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업종별로 섬유·의복(81.3), 의약품제조(83.3), 자동차(83.7), 도소매(84.1)에서 부진했다.
고경봉/박상용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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