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타계로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조 회장 보유 지분가치의 절반을 웃도는 상속세를 납부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 일가의 지분 희석이 불가피해 보여서다. 한진칼 2대주주인 강성부 펀드(KCGI)의 경영권 위협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조 회장 일가의 한진칼 지분율이 10%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진그룹에 정통한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유족들이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많지 않다”며 “세금의 대부분을 주식을 팔아 낸다고 가정할 때 최종적으로 물려받는 기존 조 회장 소유 지분은 5%에 못 미칠 수 있다”고 8일 말했다.
조 회장 소유 주식 가운데 250만 주(4.23%)는 하나은행과 종로세무서 담보로 잡혀 있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조 회장 일가가 세금 납부 재원을 충분히 준비해놓지 못했다면 경영권 안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했다.
KCGI는 한진칼 지분을 계속 늘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KCGI는 지난달 18일부터 이날까지 한진칼의 주식 약 46만9000주를 추가로 매수, 보유지분을 기존 12.68%에서 13.47%로 늘렸다. 추가 매수한 주식은 모두 장내에서 시가로 취득했다. 취득 단가는 주당 2만4000~2만5000원대로 추정된다. 한진그룹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한진칼의 3대주주는 6.70%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이다.
KCGI는 지난 3월 주총에서 정관 변경, 감사선임 등 주주제안을 통해 지배구조개편에 나섰으나 법원이 한진그룹 손을 들어주면서 실패했다. 법원은 한지칼 지분을 보유한 지 6개월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KCGI에 ‘주주제안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KCGI는 조 회장 측근인 석태수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 등에 반대표를 행사하며 경영간섭에 나섰지만 이마저 완패했다. 이후 KCGI는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요구 작업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진그룹과 KCGI의 진검승부는 내년 주주총회로 넘어갔다는 관측이다. 류영제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백기사(우호주주)를 확보하는 등 대응책 마련을 위한 한진그룹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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