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슐커피에도 로부스타(사진) 품종을 10% 섞었다고 하면 안 사게 돼. 같은 값이면 아라비카를 먹어야지!”
캡슐 커피를 고르던 친구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아라비카는 비싸고 맛있는 것, 로부스타는 싸고 맛없는 것이라고. 그의 편견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는 서로 다른 원두 품종입니다. 로부스타가 더 동글동글한 모양을 갖고 있고, 맛도 전혀 다르지요. 사람들은 커피의 품종을 따지기 시작하기 훨씬 이전부터 편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캔커피나 스틱커피 회사들이 “아라비카 100%를 썼다”는 것을 내세워 광고한 게 소비자 인식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실제 생두 거래 시장에서 아라비카 품종이 로부스타 품종보다 1.5~2배가량 비싸게 거래됩니다. 비싼 원두니까 맛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
아라비카와 로부스타의 가격 차이는 왜 날까요. 로부스타는 아라비카 원두에 비해 병충해에 강하고, 따라서 생산성이 높습니다. 전 세계 커피 원두의 80~90%를 차지합니다. 주로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나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이 주요 산지입니다. 아라비카는 병충해에 약하고, 재배할 때 손도 많이 간답니다. 생산량이 적으니,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1970년대까지는 로부스타에 대한 편견 자체가 없었답니다. 로부스타종은 1898년 벨기에령 콩고 지역에서 발견된 품종으로 유럽인들이 식민지에 로부스타를 심기 시작하면서 대량으로 유통되기 시작했죠. 지금도 에스프레소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는 아라비카 100%로 만든 커피를 보기 어렵습니다. 로부스타와 적절히 블렌딩한 원두를 사용합니다.
로부스타는 ‘고마운’ 품종이기도 합니다. 아라비카 농장에서 커피나무에 병충해가 생겼을 때, 로부스타종과 교배해 농장을 살린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로부스타는 아라비카에 비해 당이 적고, 카페인이 많습니다. 단맛이 조금 적고, 쓴맛이 강한 편이지요.
무조건 맛없다고 여기는 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신맛을 좋아한다면 아라비카 원두 쪽을, 구수하고 풍부하며 쓴맛을 즐긴다면 로부스타 원두를 추천합니다. 특히 크레마가 풍성하게 만들어지는 로부스타는 우유와 섞였을 때 최상의 맛을 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로부스타를 위한 마지막 변명 하나. 항산화 작용을 하는 물질인 ‘폴리페놀 성분’이 아라비카에 비해 많다는 것입니다. 값 싸다고 무시받던 로부스타 커피, 알고 보니 노화를 더디게 하는 약이었네요.
destinybr@hankyung.com
'봄의 향기를 담은 커피' 커피맥심 카누 스피링 블렌드 출시
편의점에만 있다는 '방탄 커피'의 정체는
크래프트하인즈 '美 국민커피' 맥스웰 판다